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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 유행 아이템

중앙일보 2012.09.04 01:26
드라마 ‘넝쿨당’에서 젊어 보이고 싶은 30~40대 여성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 김남주.



백팩에 스니커즈, 편하고 젊어 보여 인기

이정원(40)씨는 워킹맘이다. 회사에선 임원 직책을 맡고 있지만, 한편으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레깅스와 원피스를 20대 못지않게 소화하고, 외근이 많은 날엔 백팩을 메고 슬립온 슈즈를 즐겨 신는다. “중학교에 입학한 딸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는 그는 “나이 들었다고 ‘아줌마’ 소리 들을만한 옷을 입는 건 사절”이라고 했다.



이씨가 요즘 꽂혀 있는 것은 백팩이다. 다양한 형태의 백팩이 트렌드로 부상하자 학창시절 유행했던 가죽 백팩이 생각났다. 그는 “요즘 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며 당시 구매했던 가방을 찾아냈다. 헐거워진 끈만 따로 수선해 여러 복장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백팩은 등교할 때 메는 가방이 었다. 또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었다. 만약 멋 부린 차림에 운동화를 신기라도 하면 마치 대단히 튀는 복장이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날렵한 스니커즈를 정장과 매치하는 남자, 납작하고 굽이 없는 옥스퍼드 슈즈를 원피스에 스타일링하는 여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백팩도 더 이상 ‘책가방’이 아니게 됐다. 멋 좀 부리는 남자부터 패션은 모르지만 백팩은 편리해서 좋다는 남자까지, 백팩은 스타일의 정점을 찍는 아이템이 됐다. 재미있는 점은 남성 위주로 시작됐던 백팩 열풍이 여성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브랜드 TUMI는 “올해 백팩 여성 판매율이 지난해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백팩 만큼이나 자주 눈에 띄는 아이템은 스니커즈와 슬립온 슈즈다. 2007년 국내 론칭해 10~20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슬립온(끈이 없어 신고 벗기 편리한 형태) 슈즈 ‘톰스는’ 세대를 뛰어넘는 유행 아이템이 됐다. 딸이 신는 걸 본 엄마들이 ‘내가 신어도 되겠다’고 느낀 게 시작이다. 막상 신어보니 가볍고 편한데다 유행 아이템을 소화했단 생각에 젊어진 기분까지 든다.



 사실 스니커즈나 백팩은 나이 든 사람들이 잘 착용하지 않던 아이템이다. 아니,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착용할 수 없었다. 뒤집어 말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스니커즈를 신고 백팩을 메는 이유는 ‘젊어 보이고 싶어서’이거나 ‘젊게 살고 싶어서’이다.



 연세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젊어 보이고 건강한 외모는 타인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간주된다”며 “이런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문화적으로 늘 존재했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대학 디지털패션학과 강의를 맡고 있는 패션 홍보대행사 나비컴의 권희균 부장은 “젊음이란 가장 활동이 왕성한 시기”를 뜻한다며 “젊어 보이고 싶다는 심리 역시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만들어놓고 싶은 욕구”라고 설명했다.



 젊음에 대한 욕구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과도 관계가 있다. 중년은 인생의 한 가운데를 의미한다. 수명을 80세로 놓는다면 40세가 중년이지만 요즘은 평균 수명을 100세로 본다. 50세가 중년인 셈인데 이에 비하면 40세는 청춘이다.



 젊어 보이고 싶은 30~40대 여성의 스타일을 근래 잘 반영한 것은 탤런트 김남주다. KBS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그는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커리어우먼 PD 차윤희를 연기 중이다. 화사한 컬러매치와 스니커즈, 백팩을 자유롭게 소화해 30~40대 여성들에게 스타일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가 메고 나온 가방과 원피스, 재킷 등이 연이어 완판 행렬을 기록 중이다.

(좌)극중 차윤희가 막내 시누이에게 선물 받은 브루노말리의 백팩 ‘파코’. 백팩과 크로스백으로 멜 수 있는 기능성 가방이다.(우)드라마 초반에 김남주가 메고 나온 닥스 액세서리의 ‘DD 페미닌 백팩‘은 방송 이후 매출이 400% 신장했다.


 최근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들이 ‘기능적’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운동화는 하이힐보다 편하고 백팩은 토트백보다 실용적이다. 30~40대가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면 모를까, 젊어 보이는데다 편하기까지 하니 유행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근래 2~3년 동안 가을겨울 시즌마다 유행했던 야상과 레깅스의 유행도 비슷한 맥락이다.



 입는 옷이 ‘젊다’ 보니 브랜드를 고르는 기준도 예전과 달라졌다. 40세가 됐다고 해서 ‘40대를 위한 옷‘이라고 표방되는 브랜드는 입고 싶지 않다. 또 매번 유행이 달라지는 걸 생각하면 굳이 비싼 옷을 살 필요도 없다.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한 SPA브랜드를 찾는 이유다.



 실제로 SPA매장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10~50대, 혹은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만날 수 있다. 만일 쇼핑을 하다 어느 10대와 50대가 같은 옷을 집었다면, 그 옷은 세대를 뛰어넘는 유행 아이템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혹은 이미 유행하는 옷이거나 말이다.



“누구나 한 벌쯤 있는 블랙 재킷을 입을 때는 극중 차윤희처럼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컬러 스카프를 매치해 보세요. 훨씬 젊어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대신 차윤희는 기존의 ‘중년’ 여성이 즐기는 ‘톤온톤’매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귀걸이와 목걸이를 세트로 하는 것도 금물이죠. 우아할 순 있어도 나이 들어 보이기 십상이니까요.” - 김명신 ‘라 끄리닉 드 파리’ 원장 김성일 실장(김남주 스타일리스트)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KBS·브루노말리·닥스 액세서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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