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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칠판, 풀·곤충은 장난감 … 아이들이 부드러워졌어요

중앙일보 2012.09.04 01:06 종합 20면 지면보기

숲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유아·청소년에게 숲은 감성과 창의력을 키워 주는 놀이터다. 중·장년층에는 스트레스와 성인병을 치유해 주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숲을 보호하는 데 그쳤던 산림행정이 변하고 있다. 숲 유치원을 만들고 둘레길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힐링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산림청 녹색사업단과 숲의 소중함을 전하는 시리즈를 세 차례 보도한다.



지난달 31일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인천대 부설 숲유치원 학생들이 청량산에서 나무에 오르며 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인천대 부설 숲유치원]

숲 은 치료사다 <상> 숲 유치원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에 있는 인천대 부설 숲 유치원에 다니는 김모(5)군은 2년 전만 해도 골칫거리 아이로 분류됐다. 선생님 설명을 듣는 건 5분도 넘기지 못하고 큰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녔다. 친구들을 때리고 울리는 것도 다반사였다. 김군 부모는 아들 때문에 수시로 유치원에 불려 갔다. 그러다 “숲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정서가 안정되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나아진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유치원을 옮겼다.



 지난해 초부터 김군은 30여 명의 친구와 만나 매일 아침 인천 청량산 숲으로 갔다. 변변한 놀이기구는 없지만 나무와 풀이 모두 장난감이었다. 쓰러진 나무 위를 걷고 오솔길을 걸으며 노래도 불렀다. 칠판 대신 흙에 글씨를 쓰고 나무 사이에 줄을 묶어 자신만의 방을 만들기도 했다. 책에서만 보던 곤충과 풀을 직접 만져보며 오감을 키웠다. 손과 바지에 흙이 잔뜩 묻어도 개의치 않았고 넘어져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1년 만에 김군은 집중력이 좋아지고 공격성이 크게 줄었다. 잔병치레도 줄었고 혹 감기에 걸려도 예전보다 회복이 빨랐다. 김군 부모는 “음식을 가리는 일이 줄었고 먹는 양도 늘었다”고 말했다.



 청량산이 교실인 인천대 부설 숲 유치원은 2009년 산림청이 숲 유치원 모델로 국내 최초로 지정한 곳이다. 김은숙(43) 원장은 “원생들의 창의성과 집중력이 처음 숲 유치원에 올 때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며 “천식이나 아토피가 이곳에서 말끔히 나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하시연(36) 박사는 “숲 유치원 아이들의 사회성과 성취도가 일반 유치원보다 높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이의 변화를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담당 교사와 부모가 느끼는 변화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3~6세의 숲 유치원생(15명)과 일반 유치원생(19명)을 7개월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봐도 차이가 뚜렷하다. 숲 유치원생들이 공격성은 줄고 사회성은 향상되며 수면습관이 좋아졌다. 심리적 위축을 평가는 지수에서 숲 유치원생들은 초기 56이었지만 7개월 뒤에는 52로 떨어졌다. 반면에 일반 유치원생들은 52에서 53으로 약간 높아졌다. 공격성 역시 숲 유치원생이 55에서 52로 줄어든 반면 일반 유치원생은 변화가 없었다(52→52). 교사가 평가한 주의력 결핍지수는 숲 유치원이 3.8에서 2.1로 급감했지만 일반 유치원은 2.5에서 3.4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숲 유치원생 부모들의 양육 스트레스가 더 적었다”고 밝혔다. 근육 발달이 늦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주저앉던 아이가 잘 걷게 되고 감각장애를 겪던 아이는 언어구사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숲 유치원은 1990년대부터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에서 대안교육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숲 유치원이 1000여 개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현재 300여 곳의 숲 유치원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2008년 북부지방산림청이 서울과 인천 등의 국유림 6곳에 숲 유치원을 개소하면서 본격 도입됐다(www.foreston.go.kr). 산림청은 현재 8개인 유아 숲 체험원을 2017년까지 300개 소로 늘릴 방침이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유아·청소년 심신건강을 위해 산림을 교육의 마당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산림청 녹색사업단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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