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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만날 효도관광, 바가지관광인가 우리나라 노인도 관광 제대로 즐길 때 됐다

중앙일보 2012.09.04 00:55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나이는 50대에서 80대까지. 2년 전 가을 단체로 7박8일간 ‘러시아 문학기행’을 다녀온 멤버들이 이번에는 경남 남해·하동 일대를 1박2일로 누비고 다녔다. 지난 주말을 이용한 여행길의 숙소는 하동군 진교면 앞바다에 떠 있는 방아섬. 5만 평의 개인 소유 섬 안 펜션엔 TV도 컴퓨터도 없어서 좋았다. 방아섬은 2001년 8월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익룡의 날개뼈가 발견된 곳이다.



 2억 년 전 익룡들이 착륙해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을 바닷가를 산책하며 세월을 생각했다. 스물여덟 명 우리 일행의 나이 차이는 많이 잡아야 30년. 지극히 짧은 세월이다. 그래도 70~80대 연세라면 버스로 몇 시간씩 이동하는 게 몸에 부담되지 않을 리 없다. 나이 어린(?) 50대들은 선배들의 건강상태가 자신의 근(近)미래라는 점을 잘 안다. 여행길엔 자연스레 공감과 배려가 깃든다. 그러나 이런 선후배들이 만나 길동무 되기가 어디 흔한 일인가. 우리나라 대다수 고령층의 관광여행은 자식이 보내주는 효도관광, 경로당에서 팀을 짠 관광, 심지어 건강보조식품을 팔아먹을 목적으로 꼬드긴 바가지관광이기 일쑤다.



 고령층 관광은 젊은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선호하는 관광 요소는 자연경관·안전·교통편리성·관광지 시설의 순이었다. 젊은 층에 비해 관광 현지 음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유지윤 외, ‘고령관광의 특성분석과 정책방향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가 착착 노인 대열에 합류하는 지금, 고령자 관광도 일대 전기를 맞이할 때가 됐다.



 새삼 생각나는 인물이 미국 고령자 관광의 선구자 마틴 놀턴(1920~2009)이다. 텍사스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 드골이 창립한 자유프랑스군에 합류해 나치와 싸웠고, 미군에 들어가서는 은성무공훈장까지 받았다. 전후 고교교사로 일하던 그가 1975년 창립한 단체가 고령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엘더 호스텔’이다. 슬로건은 ‘평생교육 속에서의 모험(Adventures in Lifelong learning)’. 원래는 전쟁 통에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참전용사를 위한 대학 구내 숙식 프로그램이었지만 점차 답사관광,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여행, 크루즈 여행 등으로 내용이 풍부해졌다.



 엘더 호스텔이 미국 참전용사를 돕기 위해 생겼다면, 식민지·분단·산업화·민주화 등 ‘전쟁 같은 세월’을 보낸 우리 고령층도 비슷한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양한 조직과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저소득층 대상의 관광바우처를 고령층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지마다 비치된 안내책자의 깨알 같은 글씨를 노안에 맞게 큼직하게 인쇄하는 센스(유니버설 디자인)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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