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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중앙일보 2012.09.04 00:42 종합 26면 지면보기
찰스 디킨스 원작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007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아시아에선 이번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사진 BOM코리아]
무대 저편 아득히 별이 빛난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남자주인공 시드니 칼튼, 그 뒤편엔 서슬 퍼런 사형대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처연하다. 짧은 속세의 목숨보다 그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인가.


단단한 기본기엔 박수, 겉도는 주인공엔 아쉬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메인 테마다. 그렇다고 단지 낭만적인 작품이라고만 짐작하면 오산이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귀족과 시민간의 격렬한 계급 투쟁이 큰 틀이다.



 런던 출신의 의사인 마네뜨 박사는 누명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 17년간이나 바스티유 감옥에 수감된다. 그에게 어여쁜 딸 루시가 있다. 루시는 석방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히 프랑스 청년 찰스 다네이와 조우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결혼까지 약속한다.



 그 와중에 프랑스 혁명이 발발한다. 다네이는 프랑스로 돌아가고, 그는 악명 높은 귀족 집안이라는 이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시민재판이 열리는 날, 마네뜨 박사가 나선다. “17년간 옥살이를 한 내가 보장한다. 그는 좋은 귀족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내 딸을 내주겠는가” 처벌을 모면할 것 같은 순간, 누군가 절규한다. “아니다. 마네뜨 박사를 누명에 빠지게 한 것이 바로 다네이 집안이다.” 마치 막장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과 같은 반전이 일어나면서 극은 소용돌이친다.



 ‘두 도시 이야기’는 기본기가 단단하다. 음악·드라마·캐릭터·무대 등이 모두 안정감을 준다.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답게 노래가 나오는 타이밍 역시 적절하다. 주인공을 연기한 류정한은 오랜만에 맞춤옷을 입은 듯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한다.



 그러나 작품엔 치명적 결함이 있다. 남자주인공 칼튼이 드라마와 겉돈다. 그는 능력 있지만 냉소적인 변호사로 설정되는데, 다네이를 변호하다 루시를 사랑하게 된다. 그것뿐이다. 프랑스 혁명과 영 무관하고, 마네뜨 박사와 다네이 집안의 운명적인 대결 구도에도 빠져 있으며, 귀족과 시민 계급 어디에도 개입하지 못한다.



 결국 시대성과 낭만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던 의욕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뮤지컬은 분명한 노선을 취해야 했다. 대하 서사든, 낭만적 사랑이든, 아니면 둘을 제대로 버무리든. ‘두 도시 이야기’는 꽤 정성스러운 코스 요리이긴 하나 확실한 메인 요리는 빠진듯 해 아쉬운 뮤지컬이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10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2만원. 02-223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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