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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촉수로 건드린다 지금, 한국의 미술

중앙일보 2012.09.04 00:40 종합 28면 지면보기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전에 출품된 이수경의 ‘쌍둥이 성좌’. 12각형의 좌대 위에 깨진 도자기 파편 1000점을 설치했다. 존재 의미를 부정당한 조각 난 도자기 파편을 주워 맞춘 뒤 금박으로 마무리해 새로운 형태를 부여해 온 이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계의 ‘나가수’-.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작가 수상 전시인 ‘올해의 작가상 2012’다. 가창력 있는 가수들로 무대를 구성하고, 여기서 각자가 새로 기획한 절창을 뽐내며 평가받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방식을 닮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년간 운영위원 및 추천위원들과 함께 한국 미술의 미래적 잠재성과 비전을 제시할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후보가 김홍석(48), 문경원·전준호(43), 이수경(49), 임민욱(44) 등 4팀.



이들은 여러 물리적 제약 때문에 그간 실행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이번에 미술관 전시를 통해 구현했다. 미술관은 이들의 그간 활동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제작했고, 대표작과 함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경기도 과천 본관에서 완성된 4개의 개인전은 향후 국제 규모 심사단의 평가를 거친다.



11월쯤 최종 선발될 ‘올해의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기획전에 우선 참여하는 등 적극 지원을 받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95년부터 진행해 온 기존의 ‘올해의 작가’전에 올해부터 수상 및 프로모션을 더했다.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면서 8억원 규모로 예산을 두 배 늘렸고, 디지털 도록과 다큐멘터리도 제작한다.



 ‘올해의 작가’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얼마나 진실한가’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예술은 그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등, 미술계의 40대 중진들이 지금껏 헌신해 온 예술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묻는다.





 예로 임민욱은 방송국의 뉴스룸을 본떠 실제 현실과, 미디어가 재생하는 현실을 비교하는 ‘절반의 가능성’을 내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 때 오열하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 때 거리에 나온 서울 시민들을 소리 없이 병치, 그 둘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임씨는 “미술관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시대성을 읽어내는 공간이다. 여기서 미디어와 미술관과의 관계를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경원·전준호 팀은 ‘공동의 진술-두 개의 시선’을 통해 예술은 세상의 시작부터 존재했고, 종말 이후에도 건재하다는 희망을 담은 단편 영화를 보여줬다. 배우 이정재·임수정씨가 출연했다.



이수경은 깨진 도자기를 어지럽게 늘어놓은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완성된 도자기가 흙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장 긴장된 상태로 피로도가 높은 게 아닌지 묻는다.



 김홍석은 세 개의 엇비슷한 전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각각 ‘노동의 방’ ‘태도의 방’ ‘은유의 방’으로 이름 붙인 이들 전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해설자가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설명한다. 진짜 작품은 전시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설명이라는 메시지. 즉, 무엇이 작품을 작품이게 만드는지 반문한다.



 미술관 기혜경 큐레이터는 “486이라고 불리는 세대의 작가들이 가진 공통된 시대의식을 각자의 촉수를 통해 감지하도록 했다. 이거야말로 지금 여기서 진행되는 한국 현대미술 그 자체일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11일까지. 성인 5000원.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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