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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인을 위한 나라’와 퇴직연금 활성화

중앙일보 2012.09.04 00:40 경제 10면 지면보기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2050년,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4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는 저성장, 자산가격 침체, 재정악화 등 큰 걱정거리를 낳고 있다. 또 고령 인구 당사자는 은퇴 준비가 미흡해 곤궁한 노후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윌리엄 예이츠의 시구를 인용한, 몇 년 전 영화 제목처럼 정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관점을 달리하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첫째, 고용의 행태가 변화하면 고령화나 수명 연장이 오히려 성장 촉진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오래 살수록 사망 직전의 유병 기간이 단축되고, 따라서 건강한 노령 인구의 현역 근로활동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대 여명이 5년 연장되면 잠재성장률이 0.3~0.5%포인트나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 고령화의 충격은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충분히 하면 비극적 결말을 예방할 수 있다. 고용의 연령 차별 금지, 평생 교육 프로그램, 연금 개혁, 이민 정책, 노후 저축 유도를 위한 세제 등 이용 가능한 수단이 제때 실행된다면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은 ‘찻잔 속의 폭풍’으로 왜소화될 수 있다.



 고령화 도전에 대한 이러한 제도·정책적 응전 가운데, 요즘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연금시장의 활성화다. 특히 퇴직연금은 24년 전부터 도입된 국민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노후 자금을 보완하기에 가장 유력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7월 26일부터 관련 법령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전면 개정·시행됐다. 이를 계기로 그간 퇴직금을 중간중간 뽑아 쓸 수 있었던 중간정산제가 불허되고, 이직 때도 이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별도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의무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을 빼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더디다. 또한 개인형퇴직연금도 중도에 근로자 스스로 해지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 과연 장기적으로 퇴직금을 은퇴 시점까지 적립해 둘지 회의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조심스럽게 개진되어 왔던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강제화, 개인형퇴직연금 중도해지에 대한 페널티 부과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로 다가왔다.



 다른 한편 퇴직연금 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지나친 규제가 문제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유형을 일일이 한도까지 규제하고 있어, 그 결과 장기자산으로 운용돼야 할 적립금 대부분이 1년짜리 금리 상품에만 몰려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은퇴자산관리 상품의 개발은 전혀 없는 상태이고, 54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은 한낱 금융회사의 단기 상품 판매 채널로 기능할 뿐이다. 따라서 운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유도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 연금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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