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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에 17세女 설정하니 남자들이…경악

중앙일보 2012.09.04 00:01


김소라(15·가명) 양은 평범한 여중생이다. 공부를 썩 잘하진 않지만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로 가정형편도 넉넉한 편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에 푹 빠져 산다. 그런 김양이 얼마 전 사고를 쳤다.

손안의 스마트폰 성유혹 넘쳐난다!
추적 불가능해 단속이 어려운 법의 사각지대



지난 7월 어느 날, 김양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하다가 20대 남성을 알게 됐다. 자신을 21세라고 밝힌 남성과 김양은 대화를 주고받다가 가까워졌고, 급기야 만남을 덜컥 약속해준 것이다. 이날 그 남성은 김양에게 성관계를 제안했고, 모텔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러나 김양의 나이가 너무 어려 모텔에서 거부당하자, 두 사람은 감시가 허술한 술집에 들어가 결국 성관계를 가졌다.



며칠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양의 어머니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울화통이 터져 경찰서에 신고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망신만 당할 것 같아 아이를 혼내고 입단속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양의 어머니는 “당장 스마트폰을 뺏긴 했지만 아이를 어떻게 감시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마트폰 채팅 앱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스마트폰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심톡’ ‘살랑살랑 돛단배’ ‘부엉이 쪽지’ ‘두근두근 우체통’‘1km’ 등 수십 개에 이른다. 이러한 앱은 지역, 주제, 위치등에 따라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이성에게 쪽지를 보내 대화를 신청하는 앱부터 주변에 있는 이성을 연결해주는 앱,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연결해주는 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사용하는 데 나이 제한이 없어 나이와 성별 정도만 입력하면 누구든 접속할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채팅 앱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듯하다. 오히려 어른들만 잘모를 뿐이다. 이런 앱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임지은(가명·17세) 양은 “친구들 중에서 앱으로 채팅을 하는 애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임양은 “이상한 말을 거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앱을 삭제해버렸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전준우(17·가명) 군은 “알고 지내는 여자 동생이나 누나들로부터 이런 앱을 통해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전군은 또 다른 ‘충격적인’ 얘기도 들려줬다.“일부 남학생은 자신을 여자라고 속이고 채팅 앱에 접속하기도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성인 남성들과 친해지면 만나자고 유인하죠. 그리고는 약속 장소에 아는 여자애들을 내보내고, 그 뒤에 남학생들이 따라가서 돈을 빼앗는 식이에요.” 10대 여학생들의 성을 미끼로 어른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조직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들끼리 쓰는 말로는 그것을 ‘작업 친다’고 말한다”고 했다. ‘작업 친다’는 말은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누군가를 협박해 돈을 뺏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범죄행위를 일컫는 은어다. 전군은 이런 일에는 보통 가출 여학생들이 동원된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원조교제 제안하는 쪽지 쇄도



스마트폰 채팅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몇개의 채팅 앱을 다운받아 나이와 성별을 17세 여성으로 설정해놓았다. 불과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성들에게서 쪽지가 도착했다. 시간이 갈수록 쪽지가 쌓여갔다. 그중에는 20, 30대 남성도 끼어 있다. “안녕” “하이” 같은 단순한 쪽지도 있지만 “용돈 필요해요?” “ㅈㄱ(조건만남의 은어)”와 같은 메시지도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 상대에게 “십대인데 괜찮느냐”고 묻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며 약속날짜를 정하자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르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하다 적발됐을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을 사는 행위는 권유하는 것만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8월 7일 한 채팅 앱에서 알게 된 20대 남성은 기자에게 ‘조건만남’을 제안했다. 만나기로 한 날에,그는 기자의 인상착의와 이름을 물어왔다.



8월 10일 저녁 6시, 약속장소인 왕십리역으로 나갔다.그가 직접 일러준 대로 하늘색 후드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175cm 신장에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은 20대로 보였다. 그에게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10분간의 실랑이 끝에 자리를 옮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남성은 자신을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성년자에게 ‘조건만남’을 제안한 적이 전에도 있었지만 실제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호기심 때문에 나와 봤어요. 솔직히 상대가 나올지안 나올지 모르잖아요. 진심 반, 장난 반으로 나온 거에요. 만약에 상대가 의사가 없으면 관두려고 생각하고 나왔어요.”상대가 미성년자여서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걱정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실제로 안 나올 수도 있고. 미성년자인 게 그렇게 문제는 안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그는 스마트폰으로 앱을 검색하다 이 채팅 앱을 알게 됐다고 했다.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냥 심심해서 해봤어요. 그런데 처음에 실수로 10대 여성으로 지정해놓고 채팅을 하게 됐죠. 사실 그렇게 설정됐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만남을 제안하는 남자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저도 깜짝 놀랐죠. 그래서 이번엔 제가 만남을 제안해본 거예요.”



한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행하던 성매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기승을 부린다.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기획부장은 “자녀가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성적 희롱을 당하고, 음란물을 전송받았다며 상담하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일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스마트폰 채팅 어플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거나 유인한 사례가 6건 적발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15세 여중생을 상대로 다섯 차례 성매수를 한 혐의를 잡고 문모(4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방법으로 성매수를 시도한(청소년 성매수 유인) 혐의로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이 수사한 문제의 앱은 ‘1대1 친구 맺기’로 가입자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형태가 아니라 회원 모두에게 내용이 공개되는 블로그 형태로 운영돼 누구나 접속이 용이하다.



성매매뿐 아니라 음란물 유포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에 적발된 김모(32)씨는 앱에 대화방을 만들어 아동음란물 5개와 성인 음란물 1137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고, 성매수를 시도한 성인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채팅 앱은 사용자 추적이 불가능해 미성년자가 신고를 해도 성매수자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성동경찰서는 친구에게 수십 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3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등학생 오모(16) 양 등 2명을 구속 하고, 이모(16)양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한 남성은 한 명도 붙잡지 못했다.



이들이 사용했던 채팅 앱은 사용자추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채팅앱은 카카오톡과 같은 일반 채팅 앱과 달리 전화번호 등 자신의 신상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타인의 신상 역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배혁 형사는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추적 불가능한 채팅 앱이 대부분



상시적으로 경찰이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법에 따라 스마트폰 채팅은 개인 간 통신내역이라 둘만의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단속이란 이름으로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만들어진 앱의 경우는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차단하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제도권 내에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채팅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와 관련된 단어나 문장 자체를 차단하는 등 사전검열과 제한 장치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체의 자정 노력을 뒷받침하려면 명확한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성매매가 불법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취재지원 김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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