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갈대·참게가 반겨요 … 구불구불 갯골에 한번 빠져보실래요

중앙일보 2012.08.31 04:04 Week& 4면 지면보기
경기도 시흥시 시흥갯골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보호습지다. 서울 광장에서 30㎞ 거리다. 갯골은 갯벌에 바닷물이 들고나는 작용으로 형성된 기다란 물길 같은 골짜기를 뜻하는데, 경기지역에서는 시흥갯골이 유일하다.


다음달 7일부터 ‘시흥갯골축제’

열기구를 타고 지상 20m에서 내려다본 시흥갯골. 바닷물이 들어와 거대한 수로를 만들었다. 초원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군락이 시흥시 전경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합성한 파노라마 사진이다.


시흥갯골은 인구 41만 명의 시흥시 한가운데, 그러니까 고층 아파트단지와 공단 속에 파묻혀 있다. 시흥 시청에서 자동차로 5분이면 닿는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이 도시 갯골에서 축제가 열린다. 이름하여 시흥갯골축제(sgfestival.com). 축제가 열리는 장소뿐 아니라 축제 내용, 축제 준비과정도 흥미롭다. 흔하다면 흔한 지역 축제인데 지역주민이 앞장서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올해 축제는 다음 달 7일부터 사흘 동안 갯골생태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week&이 시흥갯골축제가 열리는 곳을 먼저 다녀왔다.



1 올해 시흥갯골축제가 새롭게 선보이는 갯골 배 체험. 2 데크로드에선 생태해설가와 함께 걸으며 갯골 생태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는 ‘해설이 있는 갯골여행’이 진행된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의 보호습지구역



갯골은 긴 세월을 거듭해 바닷물이 들고 나고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바닷물이 들고 난 흔적을 따라 뱀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의 물길이 생기는데 이게 갯골이다. 특히 시흥갯골은 뱀이 지나간 형태, 즉 사행(蛇行)성이 뚜렷한 내만(內灣) 갯골이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시작한 바다 물길이 내륙으로 5km나 들어와 갯벌을 휘젓는다.



국토해양부는 올 2월 시흥갯골을 보호습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토해양부 지정 보호습지구역은 전국에 모두 12곳인데,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크게 갯골·갈대밭·폐염전으로 나뉜다. 가장 바깥이 폐염전, 그 안쪽이 갈대밭, 그리고 맨 가운데에 갯골이 숨어 있다. 예전 시흥갯골 주변에 소래염전이 있었다. 인천 남동염전, 경기도 군자염전과 함께 전국 3대 염전이었지만 생산성이 낮아 1997년 폐쇄됐다. 1930년대 지은 소금창고 40개동 중 지금은 2개동만 남았다.



폐염전 터에는 칠면초·나문재·퉁퉁마디 등 염분 있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식물이 자생해 녹지를 이루고 있었다. 물 빠진 벌에는 참게·방게·붉은발농게 등 갯벌 생물이 훤하게 바닥을 드러낸 갯골 여기저기를 바삐 지나다닌다.



시흥갯골축제 추진위원회 서경옥(52) 부위원장은 “시흥갯골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행성 내만 갯골이라는 지형적 가치는 물론이고 다양한 염생식물이 서식해 생태적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갯골주변에 펼쳐진 폐염전 터에는 1930년대에 지어진 소금창고 2개동이 남아있다.
갯골을 위해 모인 시민들



“시흥갯골축제는 시민주도형 축제입니다.”



시흥시가 갯골축제를 소개할 때 맨 먼저 하는 말이다. 올해 7회째를 맞는 갯골축제는 시흥시민 16명으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진행한다. 추진위원회가 전체 행사 기획과 진행을 맡고, 시흥시는 행정 업무만 지원하는 식이다.



축제 추진위원회는 첫회부터 있었다. 초창기에는 주민 몇 명 모아놓고 의견이나 듣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추진위원회가 축제 준비를 주도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김윤식 시흥시장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였다. 내년부터는 아예 축제추진위원사무국을 개설해 모든 권한을 민간으로 위임할 방침이다.



갯골축제추진위원회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갯골축제가 갯골을 망치는 행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 기획 단계부터 환경단체에 자문을 구한다.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이 최소한의 시설 위에서 진행되는 건 이 때문이다.



추진위원회에는 홍보기획사 대표, 디자인 강사, 공예협회장, 시흥시립오페라단장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들어가 있다. 축제 자원봉사자 신청 인원도 10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김윤식 시장도 있다. 시장부터 초등학생까지 시흥시민은 갯골축제로 하나가 된다.



추진위원도 자원봉사에 가깝다. 소정의 회의비만 지원된다. 이용범(49) 추진위원장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추진위원으로 추천한다”며 “추천된 인사 모두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한다”고 말했다.



2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갯골



시흥갯골축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갯골 배 체험과 열기구 체험이다. 뱃길체험은 작은 배를 타고 생태공원에서 출발해 방산대교까지 왕복 8㎞가량 돌아보는 체험이다. 물이 가득 차 있는 오전 8~10시 두 차례 배를 띄우는데, 우거진 갈대숲에 시야가 가려 자연 속에 폭 파묻힌 기분이 든다. 1인 비용 5000원이며 홈페이지로 예약해야 한다.



열기구를 타면 상공 20m에서 갯골을 내려다볼 수 있다. 열기구 체험은 축제기간에만 할 수 있는데 노을 진 하늘과 어우러진 갯골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토·일요일만 운행한다. 바람이 심하면 크레인에 열기구 바구니를 매달아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1인 5000원이며 역시 홈페이지 예약이 필요하다. 운행시간은 약 5분, 하루 20~30회 진행한다.





축제 기간 동안 갯골체험마당에서는 ‘해설이 있는 갯골여행’이 진행된다. 데크로드를 따라 걸으며 생태해설가로부터 갯골 동식물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염전 터 일부를 개조해 만든 소금체험 마당에서는 ‘소금모으기체험’과 ‘웰빙 소금찜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소금체험마당부터 방산대교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갯골길’ 구간을 문화해설사와 함께 걷는 도보 프로그램은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이 외에도 ‘전국 어쿠스틱 음악제’가 축제 기간 내내 펼쳐지고, 환경 토크 콘서트 ‘내버려둬’가 축제 첫날 생태공원 상설무대에서 펼쳐진다. 031-310-6741~3.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