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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양경숙 파문 … 정치권 ‘공천 거래’ 뇌관 터지나

중앙일보 2012.08.31 02:07 종합 3면 지면보기



“양씨는 자타공인 친노그룹 인물 그쪽에 돈 갔으면 민주당 큰 타격”
KBS 성우·PD 이력 사실과 달라 최근엔 13억 사기혐의 수사 받아

양경숙(51·여·구속) 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은 ‘공천 사기꾼’일까, 아니면 실제 ‘공천헌금 제공자’일까.



 민주통합당 돈 공천 의혹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30일 양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공천 관련 청탁 명목으로 40억8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지금까지 양씨는 투자금이라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검찰은 이날 양씨가 받은 돈을 전국의 여러 곳에 분산 송금했다고도 밝혔다. 문제의 돈은 4·11 총선 이전에 송금된 것이다. 이는 양씨가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출마자들 가운데 자신의 지지자 후보 캠프에 선거자금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검찰의 계좌 추적을 통해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대선을 앞둔 민주통합당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비문(비문재인 캠프) 측 관계자는 “양씨는 오랜 시간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 돈이 친노 국회의원이나 친노 핵심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지면 당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양씨가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양호씨 등 3명으로부터 받은 40억8000만원을 집중 추적 중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특히 양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송사에 휘말린 경력이 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열린우리당 소속 출마자 96명이 양씨가 소속된 회사인 미디어쿨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시 미디어쿨코리아에 선거용 로고송 제작을 맡겼다. 그러나 선거운동 시작일까지 납품을 받지 못했거나 품질이 너무 형편없어 사용할 수 없었다며 제작비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양씨는 미디어쿨의 PD로 일했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는 원고가 요구한 2억2000여만원을 모두 물어주라고 판결했고, 미디어쿨 측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밖에도 양씨 관련 민·형사 소송이 5건이나 더 있다. 최근에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13억원의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민주통합당 공천과 관련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양경숙 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이 근무한 서울 여의도 사무실. 지난 27일 이곳은 쇠사슬로 굳게 잠겨 있었다. [뉴스1]


 이력도 불투명하다. 인터넷 포털 등에는 양씨가 KBS 성우와 PD, 교통방송 총괄제작국장 등을 역임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KBS 측은 “프리랜서로 들어와 잠깐 일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방송 측은 그런 직책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관련 다큐 제작 사업을 할 때는 북한 관련 영상물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어 업계에선 “정치권에 상당한 인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인사들 가운데는 양씨를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이가 많다. 한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양씨가 청와대와의 친분을 팔며 라디오21 광고 영업을 하고 다녀 민정수석실에서 내사를 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양씨가 예전에 전남대 앞에서 술집을 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요지는 양씨가 이전과 비슷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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