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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난, 장학금으로 푼 일본

중앙일보 2012.08.31 01:45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쇼와대학병원 모자통합 치료센터에서 이타하시 가즈오 교수가 임신 28주째에 1153g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진찰하고 있다. 일본에는 임산부와 아기를 한곳에서 치료하는 모자통합 치료센터가 전국 376곳에 설치돼 고위험 산모·태아의 분만을 지원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일본은 1989년 ‘출산율 1.57명 쇼크’ 이후 한 해 300~400명에 달하던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가 2004년에는 101명으로 뚝 떨어졌다. 한국은 2005년 출산율 1.08명 쇼크, 2011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100명 붕괴를 경험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도쿄서 본 분만 인프라 해법
애 낳기 힘든 나라 <하> 선진국은 어떻게

일본은 2008년 도쿄에서 출산 직전 임신부가 뇌출혈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았지만 7개 병원이 “위험한 산모를 진료할 의사가 없다”며 거부해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은 한 번 더 충격에 휩싸였고 대책이 쏟아졌다. 본지 박수련 기자가 일본을 찾았다. 박 기자는 11월 말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22일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재일동포 김민정(36)씨를 만났다. 그는 2010년 도쿄대학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는 “처음에 간 동네 병원에서는 ‘환자가 자연유산을 한 적이 있어 위험도가 높아 분만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35세 이상이거나 유산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일반 산부인과 의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애 낳기 힘들다는 불안이 퍼졌다고 한다. 정부 대책이 궁금했다. 22일 도쿄 지요다구 집무실에서 고미야마 요코(小宮山洋子·64) 후생노동상(장관)을 어렵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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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생이 산부인과를 꺼린다는데.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산과(분만전문의)나 소아과 의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의대생 정원을 늘렸다. 산과나 소아과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일본 도쿄도는 2006년 의대 본과 3, 4학년들에게 도쿄 안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할 것을 전제로 2년간 700만 엔(약 1억1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지역 근무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5년간 의대 정원을 100명 이상 늘렸다.



 - 의료사고 위험 때문에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하는데.



 “의사의 분만 수입과 고위험 산모 진료 수입을 높였다.”



 - 임산부가 숨지기도 했는데.



 “도·도·부·현(한국의 시·도)마다 모자통합 치료센터를 설치했다. 지역 병원이나 조산원이 센터와 긴밀히 연계해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고미야마 장관은 “일본 어디에 살든 출산 전후의 임산부가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하고 진료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출산 전후 임산부와 아기를 통합 진료하는 모자통합 치료센터와 임산부 응급이송제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간에 분만 의사를 충분히 늘리기 힘들어 이 같은 대책을 강화한 것이다. 전국에 376개의 크고 작은 모자통합센터가 있다.



 기자는 이에 앞서 도쿄 쇼와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찾았다. 15개 병상에 신생아가 거의 꽉 차 있었다. 도쿄도, 주변 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현에서 이송돼온 중증 산모들의 미숙아들이다. 여기서 산모와 미숙아가 함께 치료를 받는다. 가즈오 이타하시 교수가 “어디 한 번 보자”며 28주째에 태어난 미숙아를 진찰하며 상태를 살핀다.



 일본은 2009년 이후 병원들이 응급 임신부의 입원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병원별 병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네트워크로 응급 임신부에게 빈 병상을 즉시 안내한다. 쇼와대학병원 다카시 오카이(산부인과) 교수는 “응급이송이 강화되면서 도쿄 내 응급 임산부 사망자가 연평균 5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2009년부터 분만 중 불가피하거나 원인이 분명치 않은 의료사고로 아기가 뇌성마비가 되면 정부가 20년에 걸쳐 3000만 엔(약 4억3200만원)을 아기 가족에게 보상한다. 반면 의사에게는 법적·경제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보상여부를 결정하는 일본의료기관평가위원회(JCQHC) 우시로 신 박사는 21일 "분만사고 소송이 점점 줄고 있다”며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분석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인구보건복지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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