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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의 자율화와 경쟁력

중앙일보 2012.08.31 00:54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학 자율화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왔다. 한국 대학 역사상 1950년대 완전자율화 이후 2000년대까지 규제와 통제의 시기를 넘어 대학이 다시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세계 대학사를 보더라도 대학 자율화를 위해 노력한 국가에서 대학 경쟁력이 높아진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과 미시간 대학, 위스콘신 대학 같은 주립대학,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이 좋은 예다.



 정부는 최근 범정부 차원의 대학 자율화 추진을 발표했다. 이전의 대학 자율화 노력이 입시 선발권이나 제한적인 규제 완화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 자율화 정책은 실질적인 자율화를 위해 서너 단계 앞서 나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등록금 인하, 대학 구조조정, 전례 없는 감사원 감사처럼 대학 자율화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이번 자율화 조치는 대학 자율화 없이 대학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정책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대학 운영에서 꼭 필요한 기숙사 등의 건축규제 완화, 교육용 재산의 수익용 전환, 외국학생 유치 요건 개선은 지금까지 대학들이 바라던 내용들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부분은 총장의 리더십이다. 외국 명문대학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학에는 늘 유능한 총장이 있었다. 하버드 대학의 찰스 엘리엇 총장,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대학교육을 얘기할 때마다 꼭 언급되는 총장이다. 특히 엘리엇 총장은 무려 40년 동안 재임하면서 하버드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총장 임기가 4년으로 제한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격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립대학의 총장 임기를 완전히 자율화한 것은 앞으로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대학의 변화를 통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에 정부의 재정지원 운용방식을 개선하거나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에 융통성을 제공한 부분도 교육용 재산이라는 제한으로 인해 용도변경이 어려웠던 사립대학에 재정적인 족쇄를 풀어주는 조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반값 등록금 논란에서 나타나듯이 대학에 모든 재정 부담을 떠안긴다면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대학의 입장에서는 손발을 묶고 100m를 달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재정지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에 머물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제 정부도 반값 등록금 실현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원한다면 대학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대학도 정부가 제시한 자율화 정책을 반기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날 대학이 처한 현실은 ‘대학의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5년 내에 학령인구 감소가 가시화하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으로 인해 사회문제가 대두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대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이전보다 더 냉혹한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제 대학도 자율성만 요구하기보다는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등록금을 현실화하거나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여 대학교육에 대한 따가운 사회분위기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



지금의 현실은 대학 생존의 문제를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대학들은 이번 자율화 조치에 안주하기보다는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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