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민연금 가입한 주부, 남편 사망하면 손해?

중앙일보 2012.08.31 00:48 경제 4면 지면보기


경기도 일산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52)씨.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지만 지난달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그는 다른 베이비부머 여성처럼 남편의 국민연금과 약간의 정기예금을 제외하고는 딱히 노후준비를 해놓은 게 없었다. 이씨는 “10년 정도의 준비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50대 주부 사이에선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J Report] 황금빛 실버세대 꿈꾼다 … 국민연금에 꽂힌 국민
더 뜨거워지는 국민연금 가입 열풍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또 하나의 세금’이라는 딱지가 붙었던 국민연금이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민연금을 안 내도 되는 전업주부·학생 등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 신청자는 2008년 말 2만7614명에서 올해 7월 20만2556명으로 급증했다. 수익성이 높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강남권 주부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더니 가입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7월 현재 임의가입자의 82.4%는 여성이며, 40~50대가 85%를 차지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부부가 다른 민간연금에 투자하는 대신 아내의 이름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0~20대 임의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게 국민연금공단의 설명이다.



 여윳돈이 생기면 국민연금에 돈을 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50세 이상 가입자에 한해 보험료를 ‘선납’할 수 있는 금액을 최대 ‘1년치’에서 ‘5년치’로 바꿨다. 선납이란 달마다 내야 할 보험료를 미리 앞당겨 납부하는 제도다. 이후 한 달간 접수된 선납 신청은 총 552건으로 지난해의 5배를 웃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과거 이민 등으로 연금을 한꺼번에 찾아간 사람이 이를 반납하고 다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인기 비결은 바로 수익성이다. 특히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받는 연금액이 늘어나는 게 매력적이다. 예컨대 35세 주부가 연 6%의 수익을 주는 민간연금에 가입해 20년 동안 매달 30만원을 붓고 65세부터 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83만6000원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물가가 연 3%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 금액의 ‘현재 가치’는 월 34만4000원에 불과하다. 같은 조건으로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현재 가치로 매월 57만2000원이 나온다. 연금을 받는 65세에는 그간의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민간연금보다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동엽 은퇴교육센터장은 “85세 이상 장수한다면 국민연금은 그 이후에도 계속 나오지만 민간연금은 계약기간 이후에는 나오지 않으므로 실제 받는 금액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며 “노후 준비를 위해선 제일 먼저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임의가입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18~60세 사이의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매월 불입금액은 8만9100원부터 33만1200원까지 선택할 수 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최저금액인 8만9100원을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국민연금이 사회보장제도인 만큼 보험료를 적게 내는 가입자가 많이 내는 가입자의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금액인 33만1200원을 매달 넣어도 민간연금보다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략적인 수익성이 최고금액 불입 시에는 민간연금의 1.5배, 최저금액을 넣을 때는 2~3배 정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수익성 말고는 두드러진 장점을 찾기 힘들다. 가장 큰 허점은 일찍 사망하면 금전적 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민간 연금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할 경우 남은 연금을 유족에게 돌려준다. 적어도 손해볼 일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당초 받을 연금의 일부만 유족이 받을 수 있다.



 예컨대 65세를 넘은 부부가 각각 연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이 사망한다면 아내는 ‘유족연금’(남편이 받던 연금의 40~6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의 기존 연금과 유족연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기존 연금을 선택한다면 아내는 유족연금의 20%만 추가로 지급받는다.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기존 자신의 연금은 받지 못하고 유족연금만 받게 된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부부가 함께 오래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공무원인 남편이 사망하면 별다른 조건 없이 남편 연금의 70%가 아내에게 승계된다. 앞선 사례처럼 아내가 자신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불이익도 없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배우자 사망 등으로 2개 연금을 받게 되는 경우 미국은 한국처럼 2개 중 한 개를 선택해야 하는 반면 캐나다·프랑스 등은 2개를 모두 지급한다”며 “나라 사정에 따라 지급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개 연금을 모두 주되 총액이 일정액 이상을 넘으면 감액하는 독일·벨기에 방식이 한국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수익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재정상황에 따라 연금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이른바 ‘정책 리스크’ 때문이다. 실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에는 소득대체율(은퇴 직전 소득 대비 받게 되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 70%나 됐지만 202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진다. 연금 고갈 우려가 점점 커지는 만큼 국민연금은 ‘더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민간연금과의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어 45세부터 받을 수 있는 민간연금에 비해 구조가 경직적이다. 자신의 자금 운용계획에 맞춰 지급 시기나 금액을 변경할 수도 없고,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도 불가능하다.



 미래에셋 김 센터장은 “자신의 국민연금 수령액을 예측해 보고 모자라는 금액은 민간연금 등의 상품에 투자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일찍 사망하는 위험은 민간 연금·보험으로, 경제적 여유 없이 오래 사는 ‘장수 리스크’는 국민연금으로 대비하는 식으로 서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의가입 전업주부나 학생·군복무자처럼 일정한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다른 국민연금 가입자와 똑같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1988년 제도시행 이후 2009년 말까지 임의가입자는 3만6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이후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