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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단독 입찰할 듯 KAI마저 안 팔리나

중앙일보 2012.08.31 00:45 경제 3면 지면보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정부 보유 지분 매각작업이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현 정부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적 ‘외풍’이 거센 탓이다.



 30일 정책금융공사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31일 마감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예비입찰에는 대한항공 한 곳만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입찰자가 있어야 한다는 ‘국가계약법상’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찰될 공산이 크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한 차례 더 입찰을 진행한 뒤 또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대한항공에 넘길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특혜 논란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현 정권에서 새 주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매각을 추진한 쌍용건설은 이랜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가격 및 우발채무 보증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최근 매각이 결렬됐다. 예금보험공사가 현 정부 들어 세 번째로 추진한 우리금융 민영화 역시 박근혜 후보의 “우리금융 등 굵직한 매각은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발언 이후 중단됐다. 대우조선해양, 예나래·예솔 등 가교저축은행의 매각이나 산업은행 IPO(기업공개) 작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실탄’을 아끼고 있다는 게 큰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도 장기 침체에 대비해 몸을 사리고 있어 최소 수천억 단위의 거금이 들어가는 M&A가 부담스럽다. 또 정권 말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추진동력이 약해진 것도 원인이다. 노조의 표심(票心)을 의식한 정치권은 여야 막론하고 민영화 및 지분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마디로 공기업 M&A 시장에도 ‘레임덕’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매수 의사가 있는 기업은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거나, 특정 조건을 요구하는 등 ‘배짱 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해야 할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요구에 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정부 보유지분 매각이 차질을 빚을수록 국민 혈세가 들어간 공적자금 회수는 늦어지게 된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매각 시한을 정해 놓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매번 똑같은 지분매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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