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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채권=안전자산’ 맹신은 위험

중앙일보 2012.08.31 00:21 경제 10면 지면보기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올 상반기 재테크 시장의 화두는 채권이었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과 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주식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이동했고, 채권 펀드는 이에 부응하듯 상반기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주식형 투자상품 일변도였던 한국 투자자가 주식 이외의 다른 자산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채권은 주식과 함께 전통적인 투자 수단 중 하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국내에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투자자가 좀 더 효과적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투자 문화도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채권에 대한 관심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일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채권 펀드에 돈이 몰린 것을 보면 투자자가 채권을 잘 이해하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증시가 좋지 않으니 잠시 자금을 맡겨둘 대안으로만 채권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서다.



 최근에는 투자 등급 이하의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따져보면 상위 10위 안에 드는 상품의 수익률은 9~12%에 달한다. 요즘과 같은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과를 내는 펀드에 돈이 몰릴 만도 하다. 여기에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가 채권형 펀드를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광고한다. 최근 급락장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채권형 펀드가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인식되면서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채권 투자의 함정이 있다. 채권을 무조건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식형 상품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채권도 국채·회사채·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채권의 다양성과 각각의 특징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투자등급 이하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 등 회사채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근래 들어 유럽 국채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 국가가 부채비중이 재정적자 부담이 큰 반면 유럽 기업은 실적추이가 양호하고 재무제표가 건전하다. 회사채에 대한 상대적 매력이 부각되는 이유다.



 채권 펀드에 투자할 때는 그 펀드가 어떤 채권을 담고 있는지도 살펴보길 당부한다. 하이일드채권펀드의 경우 투자 등급 이하의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매우 우량한 채권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펀드는 주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시아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데 미국 시장에서 해당 회사채가 하이일드인지 여부는 S&P나 무디스 등 미국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우량 회사채로 거래되는 채권도 미국에서 거래되는 아시아 회사채 시장에서는 하이일드채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채권 펀드가 어떤 기업의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채권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바람직한 채권 투자를 위해서는 채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채권 투자가 그동안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까지 깊숙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필자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는 시장에 위기가 오면 ‘지금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를 묻지만 외국 투자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내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즉 시장의 변화에 따라 조급하게 투자 대상을 바꾸기보다는 리스크(위험) 분산 차원에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그 비중을 조절하는 게 현명한 투자일 것이다. 지금 한국에 불어오고 있는 채권 투자의 바람이 국내 투자자에게 채권이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깊숙이 자리 잡는 바람직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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