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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명의 ‘공천 문자’ 또 발견 … 본인은 “도용당한 것”

중앙일보 2012.08.30 01:24 종합 6면 지면보기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 희망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한길 최고위원, 이해찬 대표, 박 원내대표, 추미애 최고위원. [김형수 기자]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민주당 돈 공천 의혹’ 수사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이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다.

양경숙에게 12억 건넨 정씨 전화로 비례후보 발표 전날 보내
검찰 “위조 가능성도 조사” … 민주당 “검찰, 공작수사 말라”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는 지난 4·11 총선 공천 청탁과 함께 양경숙(51·여·구속) 라디오21 방송편성본부장에게 12억원을 준 혐의로 구속된 부산지역 사업가 정모(52)씨의 휴대전화에서도 박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문자메시지는 민주통합당이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3월 19일 수신됐다.



 정씨가 박 원내대표에게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보내자 박 원내대표는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답신한 것으로 나온다.



 앞서 검찰은 양씨에게 10억8000만원을 건넨 서울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모(55·구속)씨의 휴대전화에서도 “비례대표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의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명의로 발송된 문자메시지가 여러 통 수신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와 정씨가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양씨가 민주당 인사들을 상대로 공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믿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두 사람에게 실제로 보냈는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정씨에게 보낸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씨가 민주통합당 실세 인사들과 별 친분이 없었고 문자메시지가 단 한 차례, 공천 발표 전날 오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역 가운데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은 29일 “발신자 명의가 제3자에 의해 위·변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잇따른 문자메시지 의혹에 대해 “내 명의로 발신된 문자메시지는 도용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변인을 통해 “2월 9일 오후 2시36분쯤 (산하기관장) 이씨에게 ‘박지원이 밀겠습니다…이번 주 8개는 꼭 필요하고 다음 주쯤 10개 완료돼야 일이 스무스하게 진행됩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하는데 그 시간에는 비행기에 타고 있어 문자 송·수신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김포로 가는 아시아나항공기에 탑승해 있었다며 해당 항공사의 사실 조회서도 공개했다. 이어 “지난 8월 14일 이씨를 만났더니 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양씨가 박 원내대표를 이야기하면서 돈을 받아갔다’고 해 ‘처음 듣는 이야기고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양씨와 박 원내대표가 4·11 총선을 전후해 3000건이 넘는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본지 보도(8월 29일자 1면)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우 대변인은 “통화는 14번 정도 했다고 한다. 양씨는 문자메시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박 원내대표가 모든 문자에 회신을 하다 보니 문자 교환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이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대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또 라디오21의 운영법인인 ‘문화네트워크’ 명의의 법인계좌 송금내역 중 일부가 수취인이 민주당과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들로 돼 있는 단서를 포착해 조사 중이다. 양씨는 이 법인계좌를 통해 산하기관장 이씨 등 3명에게서 40억8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계좌에 있던 돈이 차명계좌를 거쳐 실제 ‘목적지’로 갔을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한편 양씨가 지난해 12월 한 친노 인사에게 e-메일을 보내 “선거홍보사업에 15억원을 투자하면 민주당 네티즌 비례대표 몫으로 배정된 두 자리 중 한 자리, (당선권인) 13~17번을 공천받을 수 있다”고 제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가 민주당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공천 장사’를 한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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