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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미안하다, 사랑한다. 독도여!

중앙일보 2012.08.30 00:37 종합 32면 지면보기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독도가 우리 땅인가? 일본 땅이 아닌 게 확실한가? 왜? 어떻게? 이 질문에 딱 부러지게 대답할 줄 아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지금 독도는 협정상 우리 땅으로 못 박혀 있지 않다. 국제법상 우리는 다만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을 뿐이고, 일본은 한국이 ‘불법 점유 중’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방문이 이토록 시끄러워진 이유가 여기 있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처음 점(點)에서 시작했다. 차츰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착착 키우고 늘려 왔다. 1905년 2월 러일전쟁 직전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파워가 한창 커졌을 무렵 시마네현은 독도를 자기네 현에 속한다고 턱하니 고시를 한다. 식민통치 시절이 끝나자 1952년 일본은 승전국 미국과의 샌프란시코 조약에 사인한다. 그 조약은 침략으로 일본 영토에 복속되었던 여러 섬들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었고 마땅히 독도도 거기 포함돼야 옳았다. 그런데 치밀하지 못한 미국이 이 조약에 독도를 명기하는 것을 놓쳐 버린다.



 일본이 이 찬스를 놓칠 리 없다. 재빨리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았고 1차 어업협정이 발효되자 틈만 나면 독도를 제 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우파 정치인 몇몇의 즉흥적인 주장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정부는 민간인에게 독도의 인광 채굴권을 허가하고 과세를 한다. 국회는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 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 원조를 요청하자는 발언을 속기록에 남긴다. 입법·사법·행정부가 합세해 독도영유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해온 것이다.



 일본 주장의 첫째 근거는 고유영토설이다. 이걸 무너뜨릴 결정적 증거는 무수하다. 독도가 한국 땅으로 표기된 지도만도 100장이 훨씬 넘는다. 게다가 전부 일본 측 지도다. 1936년 일본 육지측량부가 발행한 정부 지도에도 분명 울릉도·독도는 조선 땅으로 표기되어 있다. 1905년 이전 지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둘째가 무주지 선점론. 이 또한 지도만 들이대면 깜냥도 안 되는 억지다. 그저께는 한 의로운 일본인이 1901년에 일본 문부성이 만든, 명백히 한국 땅으로 독도가 표시된 초등학교 교재를 공개했다. 오사카의 공립학교 교사였던 구보이 노리오, 이분처럼 일본 안에 자기 정부의 억지 주장을 민망해하는 양심적 지식인이 무수할 것을 나는 믿는다.



 셋째 주장이 본토와의 거리설. 독도가 측량 결과 일본열도에 가깝다는 주장인데 국제법상 선례 없는 생트집이다. 그렇게 치면 대마도는 부산과 훨씬 가까우니 우리 땅이라야 옳다.



 넷째가 육안관측설. 독도는 울릉도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일본인이 지도를 만들기 전엔 한국이 독도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억지다. 그러나 몇 해 전 신문에서 나는 울릉도 내수전에서 독도 탕건봉이 또렷이 드러나는 사진 한 장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 있다. 사진을 찍은 이는 독도전문가인 서지학자 최서면 선생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겐 늘 어리숙한 정부 대신 똑똑한 민간인이 있었다. 그들이 독도를 지켰다. 이사부와 안용복과 독도수비대, 그리고 몇 해 전 미 의회도서관 목록에서 리앙쿠르 암석으로 바뀔 뻔한 독도 이름을 지켜냈던 캐나다 사서 김하나씨, 뉴욕에 독도를 싸말아 훔쳐 달아나는 복면강도 홍보물을 붙였던 이제석씨, 숱한 지도와 자료를 모은 이종학 관장과 최서면 선생까지!



  책상 앞에 독도 사진을 붙인다. 틈나면 들여다보기 위해! 독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 땅! 맹렬한 푸른 파도 너머에 강인하게 뿌리 박힌 피안의 바위덩어리, 여기 내가 이렇듯 뜨거운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혹스럽다. 봄에 댕댕이덩굴과 왜젓가락나물의 꽃이 피고 여름엔 소루쟁이의 연녹색꽃과 술패랭이의 붉은 꽃이 자태를 뽐내며, 가을엔 왕해국의 자주꽃이 쉼 없이 피어난다는 땅!( 김탁환 『독도평전』 참조)



 일본을 향한 분노와 흥분 대신 우린 적어도 네가 왜 우리 땅인 줄을 침착하게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라도 되겠다. 더 이상 너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순 없다. 아이들 수학여행을 보내든, 화폐에 새기든, 독도수호위원회를 만들든 난 이제 너를 잊고 살진 않겠다. 우린 손안에 든 보물을 귀한 줄 모르고 홀대했다. 그 죄가 하늘을 찌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독도여!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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