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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B 외교는 과연 실패했는가

중앙일보 2012.08.30 00:32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성한
외교통상부 제2차관
이 글은 본지 8월 27일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칼럼 ‘MB의 망가진 외교’에 대한 반론문을 보내온 것입니다. 편집자



최근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중에는 진심으로 한국 외교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려 깊은 목소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파당적이고 감정적인 비판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선 지난 5년간의 MB 외교를 전략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차기 정부의 과제와 연결지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일 관계가 독도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인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파탄 난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간 것은 한·일 관계를 동해 속에 수장(水葬)시키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독도 문제를 일본의 제국주의 유산 청산과 연결된 역사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에서 보듯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직접 독도에 감으로써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일본에 제시하고자 했다. ‘필요한 갈등’이 ‘소극적인 침묵’보다 낫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북한 및 국제문제 등에 관해 일본과 협력을 지속해 가려는 냉철함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둘째, 남북 관계 역시 회복 불능 상태가 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햇볕의 따스함’을 경험한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원칙의 쓴맛’을 경험했다. 이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무력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 대규모 지원을 제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정권의 배급체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게 되자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시장(예: 장마당)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는 이제 시장의 급속한 확산을 막으면서 인민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의 차기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성과를 비핵화 및 통일전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셋째,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대 중국 정책이 실패라고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 관계가 한반도 차원을 넘어 지역 및 범세계적 이슈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동맹’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 한·미 양국이 ‘가치동맹’을 무기로 소위 비민주주의 국가를 민주화시키는 데 합의한 것은 아니다. 가치동맹이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의 공감대 위에서 한·미 동맹이 보다 견고해졌다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로 가치를 적극 확대한다는 ‘정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일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한·중 전략대화나 한·중·일 정상회담에 정성을 쏟음으로써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외교의 핵심은 한국 외교의 외연을 확대하는 ‘글로벌 코리아’에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교역을 통해 국부를 키워가는 대한민국이 외교만큼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코리아’ 비전에 따라 G20 정상회의,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핵안보정상회의 등 기념비적인 국제행사를 주최해 경제, 개발협력, 핵 안보에 관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노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외교의 공과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을 범세계적 차원에서 얼마나 고양시켰는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김성한 외교통상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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