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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태풍이야 신문지로, 테이프로 막지만 일본의 경거망동 망언은 무엇으로 막아야 하나

중앙일보 2012.08.30 00:29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어린 벚나무는 의자로 묶어 고정하고, 파라솔 벤치는 접어서 묶고, 커다란 유리창은 신문지를 더덕더덕 붙여 테이프로 고정하고. 허겁지겁 ‘태풍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문을 잠그고 양평 집을 떠났다.



 새벽 2시30분. 내 집은 내가 지킨다는 맘으로 밤새도록 버텼는데 TV에서 젖은 신문지를 붙여라, 철탑도 부러져 운운하며 하도 겁을 주는 바람에 태풍을 피해 서울에서 하루 지내기로 했다. 라디오를 틀었다. ‘아침 9시 전라도를 지나 오후 3시엔 황해도 상륙’.



 황해도? 우리 북쪽 아이들은 태풍 대비나 철저히 했을지 걱정이다. 높은 빌딩이 없으니 유리창 깨질 걱정이 없어 그나마 다행일까. 사격 연습한다고 땅을 마구 파헤쳐 산사태 위험은 없을까. 그들을 이리 가슴에 와닿도록 걱정해 보긴 처음이다. 성질 더럽고 말 안 통하고 싸움 좋아하고 잔인하고 제멋대로인 그들(정치지도자들).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모처럼 살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인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 부정 발언’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과거 범죄를 부정하려는 일본… 도덕적 저열성을 또다시 드러낸 철면피한 망동’이라고 맹비난했다는 보도를 봤다.



 ‘지난 세기 대륙 침략에 미쳐 날뛴… 참을 수 없는 모독 행위’. 이런 말도 주저 않고 하더라. 속이 다 시~원~했다. 집안에서 형제남매끼리 지지고 볶고 싸움질하다가도 밖에 나가 다른 가족과 시비가 붙게 되면 찰떡같이 붙어서 서로를 돕는다. 마치 ‘X랄 같은 성격의 남동생’이 교양 따지고 체면 생각해서 하고 싶은 말도 돌려 하는 점잖은 누나 대신에 속 시원히 싸워준 느낌이랄까. 뻔뻔하고 낯짝 두꺼운 날강도가 시비를 걸 때마다 한마디씩 시원한 말 좀 뱉어줬으면 좋겠다.



 일본 아베 전 총리가 ‘집권하면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3대 담화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산케이신문이 28일 전했다고 한다 . ‘과거사를 반성했던 미야자와(이웃 국가를 배려한 교과서 기술), 고노(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죄), 무라야마(식민지 지배 침략을 사죄)의 3대 담화’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가 ‘주변 국가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진정한 우호로 이어지지 않아서…’라는데.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서로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한국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모진 애를 쓰는 일본 정치인들.



 과도한 배려가 진정한 우호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배려가 뭔지도 모르는 뻔뻔한 그들에게, 지금껏 우리 너무 많이 참아온 것은 아닌가.



 태풍 ‘볼라벤’은 물러갔다. 태풍이야 신문지로, 테이프로 막기라도 하지만 일본의 이런 망언은 무엇으로 막아야 하나.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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