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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참 나쁜 정치인들

중앙일보 2012.08.30 00:28 종합 35면 지면보기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정치인과 두꺼비의 공통점은 얼굴이 두껍다는 것이다. 체면과 양심을 생각하면 정치하기 힘들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애꿎은 견공(犬公)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내 생각에 정치인은 두꺼비보다 동네 분견(糞犬)과 더 닮았다. 그만 짖으라고 해도 계속 짖고, 이웃집 개가 짖으면 덩달아 짖는다. 먹을 것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꼬리부터 흔든다.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표(票)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사탕발림으로 하는 소리다. 표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 해서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땅바닥에 떨어진 인분도 먹는다. 인기와 지지율을 위해서라면 광대짓과 바보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짖는다. 일종의 존재증명이다.



 프랑스의 노회한 정치인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한번 물면 놓지 않고, 옆에서 짖으면 따라서 짖는 우리 같은 언론인을 개에 비유했지만 내가 보기엔 정치인이 바로 개다. 물고, 뜯고, 짖고, 땅에 떨어진 것은 무엇이든 주워 먹고 보는 정치인들이야말로 동네 분견들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본질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은 신(神)도 못 풀 수수께끼다.



 임진년(壬辰年) 8월이 사방에서 개 짖는 소리로 시끄럽다. 이쪽에서도 짖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짖는다. 올여름만 놓고 보면 먼저 짖은 쪽은 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독도에 나타나 일본을 향해 멍멍 짖었다. 내가 내 땅에서 짖는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물론 잘못된 것 없다. 당연히 짖을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쪽에 덩달아 짖을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 것이다. 가뜩이나 짖고 싶던 터였다. 그러니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더욱 크게 짖고 있다. 왜 짖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짖을 기회가 왔으니 짖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일본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할 뿐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3주째 정신없이 짖고 있다. 그 소리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크레셴도(점점 강하게)에 포르티시모(아주 강하게)다. 처음에는 이 대통령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에 갔다고 짖더니, 다음엔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일왕에 대해 무례를 범했다고 짖고, 지금은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면서 짖고 있다. 일본 정부 스스로 1년8개월간 조사해서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담화까지 발표해 놓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겠다며 마구 짖고 있으니 심각한 기억상실증에 정신착란증이다. 일본의 진정한 국익은 안중에 없다. 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곧 있을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것이다. 열심히 짖는 바람에 인기도 약간 올라갔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짖는 것뿐이다. 멍멍, 컹컹….



 이 대통령은 레임덕 신세다. 점점 국민에게 잊혀져 가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짖고 싶었을 것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도는 장사꾼의 셈법처럼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타산적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다. 한바탕 시끄러운 싸움을 각오하기 전에는 섣불리 건드리기 힘든 문제다. 그런 만큼 독도 방문을 강행하기 전에 심사숙고했어야 한다. 과연 이 국면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써야 할 타이밍인지 곰곰이 따져봤어야 한다. 짖고 싶지만 참고 있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게 참모의 역할이다.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한 이성으로 국익을 따져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하라고 그 자리에서 월급 받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이 대통령 주변에는 자리를 걸고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지당하옵니다”를 외치는 사람들밖에 없다. “청와대 안에 있어 보니 IQ(지능지수)가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는 어느 대통령 측근의 농반진반(弄半眞半) 같은 얘기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6개월 후면 이 대통령은 물러난다. 노다 총리도 곧 물러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란 나라는 영원히 존속해야 한다. 싫으나 좋으나 서로 이웃하고 지내야 한다. 양국 국민은 국민대로 서로 주고받고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 두 나라 정치인들끼리 서로 으르렁대며 물고 뜯고 싸우면 순간적 인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뒷감당은 누가 하는가. 무책임하게 다음 정권에 떠넘기면 그만인가. 나라와 국민은 어찌 되든 말든 자기들 생각밖에 하지 않으니 참 나쁜 정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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