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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68>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중앙일보 2012.08.30 00:06 경제 10면 지면보기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환경 분야 국제회의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인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9월 6~1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WCC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년마다 개최하는 회의로, 이번이 23번째다. 제주 총회에는 IUCN 회원과 환경전문가, 시민단체(NGO) 활동가 등 180여 개국 2만 여 명이 참석해 ‘자연의 회복력(Resilient Nature)’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한다.


기후변화·식량위기 해법 ‘자연의 회복력’에서 찾는다



지난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리우+20’이라는 세계환경정상회담이 열렸다. 1992년 리우 환경회의 이후 20년 만에 열린 환경정상회담이었다. 국제사회는 이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방지나 생물종 다양성 보호 등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했지만 참가국들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불참한 탓이다. 다음달 열리는 WCC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리우+20’ 회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번 WCC의 주제인 ‘자연의 회복력(Resilient Nature)’은 기본적으로 자연이 인류에 어떤 혜택을 주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일상화됐다. 지난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뭄을 겪고 있는 아이오와주 미주리 밸리의 옥수수 밭을 농장주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미 농무부는 가뭄으로 미국의 올해 옥수수 수확이 17%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고, 시카고 곡물시장에서는 7월부터 옥수수 값이 뛰기 시작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빈곤 국가 국민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앙포토]


 자연은 급변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가꾸고 보호하느냐에 따라 자연의 능력, 즉 인간을 보호하는 능력도 달라진다. 자연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신장시키면 인류에 혜택으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인간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자연과 연결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집중 논의한다. 그래서 슬로건도 ‘자연+(플러스)’로 정했다.



 ◆ 자연+기후, 자연에서 찾는 기후변화 해법



식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공기 중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한다. 우리나라 산림 1ha(1만㎡)가 연간 흡수하는 CO₂의 양은 약 7t으로 일반 가정 4 가구 혹은 승용차 1대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CO₂의 절반을 바다와 숲이 흡수했다. 종전의 연구들은 숲과 바다의 CO₂ 흡수 능력이 점차 둔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대기 중의 CO₂ 농도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아직까지는 자연의 ‘CO₂ 저장고’ 역할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UCN이 자연을 기후변화 해결책의 중심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한 숲·습지·연안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한다.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스스로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숲(홍수림)이나 갯벌, 해안사구 등은 해수면 상승과 해일로부터 바닷가 마을을 지켜준다.



 국제사회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발을 위해 삼림을 벌목하는 대신 개도국 국민들이 숲을 보호할 경우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강구하고 있다. 이른바 ‘삼림의 벌목·황폐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억제(REDD)’하는 제도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등을 통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REDD 제도가 도입·확산되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고, 인간의 삶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 자연+식량, 자연에서 얻는 식량 위기 해법



2012년 봄부터 시작된 가뭄과 폭염이 미국 전역을 뒤덮고 있다. 50여 년 만에 최악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기상이변은 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70억 명을 넘어선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1970~80년대의 ‘녹색혁명’ 재현이 필요하다. 새로운 녹색혁명 역시 작물의 품종 개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품종 개발은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생물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식용 가능한 식물은 7만5000종에 이르지만, 실제로 식량으로 이용하는 것은 7000종 정도다. 더욱이 실제 식량은 쌀·밀·옥수수·콩·감자 등 몇 종에 집중돼 있다. 이들 30종의 작물이 전 세계 인구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90%를 제공한다.



 소수 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작물의 종류도 줄어든다. 필리핀에서는 전통적으로 소농들이 수천 가지의 쌀 품종을 재배했으나, 녹색혁명의 결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두 개의 품종이 전체 쌀 재배 면적의 98%를 차지했다. 다양한 품종의 옥수수를 재배한 멕시코에서도 품종의 20%만이 살아남았다.



 이처럼 단일 품종, 또는 소수 품종에 의존하는 중에 치명적인 병충해가 창궐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품종 보존은 새로운 병충해나 기후변화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골라내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 더 나은 수확을 낼 수 있는 품종을 찾기 위해서도 그렇다.



 또 한 가지. 국제사회는 개발도상국 농촌의 주민 70%가 야생에서 먹거리 일부를 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야생에서 얻는 식량이 농장에서 재배하는 식량처럼 인류에 중요하다는 것으로, 그만큼 자연생태계 보존을 잘 해야 한다는 얘기다. 생물다양성의 상실, 생태계의 훼손은 건강·생계수단·식량생산·안전한 식수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자연+개발, 자연에 바탕을 둔 녹색경제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모습.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Exxon Valdez)호의 기름 유출 사고로 알래스카 연안 생태계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 사고로 알래스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크게 증가했다.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레스토랑·호텔·주유소·상점 등이 모두 호황을 누린 것이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많이 쓰인다. 그러나 엑슨 발데즈 사고 이후 알래스카처럼 환경 훼손이나 삶의 질의 변화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대학은 지난 6월 리우 세계 환경정상회담을 앞두고 ‘포괄 부(富) 지수(IWI)’라는 경제 지표를 제시했다. IWI는 기존의 경제 지표인 GDP 분석만이 아니라 경제 활동을 통해 소비된 자원, 훼손된 자연까지 포괄적으로 측정해 산정했다. UNEP는 IWI로 20개국의 경제성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중국은 1990~2008년 사이 19년간 GDP가 422%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IWI로 계산했을 때는 45% 성장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러시아·베네수엘라·사우디아라비아·콜롬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는 GDP는 플러스 성장했지만 IWI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IUCN은 이번 총회를 통해 GDP와 같은 기존 경제 지표를 재검토하고 IWI와 같은 새로운 경제 지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IUCN은 특히 새로운 경제지표가 인간의 복지 상태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지표가 도입되면 세계 경제가 녹색경제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IUCN은 기대하고 있다. 녹색경제란 인류의 복지가 자연에 기본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과 서비스가 인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삼림과 습지, 강 등 건강한 생태계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IUCN은 녹색경제가 어떻게 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 자연+사람, 자연이 되돌려 주는 혜택



자연을 보호하는 데 들이는 돈은 헛돈이 아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이 지원하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EEB)’ 연구단이 2009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습지나 산호초, 숲을 보호하는 데 투자하면 최소 25배에서 최고 100배의 수익을 거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데는 연간 400억~500억 달러(45조~57조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에 따른 수익은 100배인 연간 4조~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어획량 증가와 관광 수입, 그리고 태풍의 파괴력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산호초 효과까지 고려해 이익을 계산한 것이다.



 TEEB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코스타리카에서 숲을 보존하면 꽃가루 매개 곤충들의 서식지가 보호되고 커피 생산량이 20% 증가한다. 또 뉴질랜드에서 초지를 보존하면 오타고 지역에 무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돼 연간 1억 달러의 물 수송비를 절감하게 된다. 베트남에서는 연간 110만 달러를 들여 바닷가 1만2000㏊에 맹그로브(홍수림)를 심고 보존하면 방조제 유지비를 연간 730만 달러 줄일 수 있게 된다.” 자연은 사회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사회 기반시설(인프라)을 제공한다는 게 TEEB 보고의 핵심이다.



 하지만 자연의 이용과 관련된 결정이 항상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자연의 혜택이 균등하게 배분되는 것도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선진국들과 사회 엘리트들은 많은 혜택을 보는 반면,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동체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IUCN 총회는 자연 자원과 관련된 권한과 책임, 혜택을 토착민이나 취약계층에게까지 공정하게 나누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자연+생활, 자연 보전 노력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들은 식량, 건강, 깨끗한 물과 공기 등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IUCN 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법률이나 정책의 시행, 종 복원 프로그램의 실행, 보호구역의 지정, 생태계 복원과 같은 다양한 보호활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또 사회와 경제 발전을 위해 자연환경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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