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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구온난화 맞춰 재해대책 패러다임 바꾸자

중앙일보 2012.08.30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15호 태풍 볼라벤은 강했다. 수도권은 무난했지만 남부지방의 피해는 예사롭지 않다. 28일 볼라벤의 통과로 제주도와 서해안 일대에는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51.8m로 역대 태풍 가운데 다섯째였다. 일부 산간지역에는 700㎜ 넘는 폭우가 내렸다. 이런 강력한 태풍으로 대피 온 중국 어부를 포함해 최소 15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실종됐다.



 전에 없이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피해 양상도 이전과 다르게 나타났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다른 태풍 때는 무사히 버텨왔던 전남 완도군의 전복양식장이 쑥대밭이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강력 태풍에 그동안의 대비가 허사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전기 관련 시설이 취약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9·15 순환단전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전기 공급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태풍이 지나는 동안 전국에서 683건의 정전사고가 발생해 한국전력 계약사용자 기준으로 195만3226호에 5분 이상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태풍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일이 앞으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에 따라 재해에 대비하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우리 주변에 있는 생활시설의 안전기준부터 강화해야 한다. 볼라벤이 통과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주변을 지나다니는 도로나 축대·담·첨탑·간판·돌출물 등 숱한 생활시설물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했다. 더욱 강력해진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이런 설비를 안전한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자연재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산업·수자원 시설의 전반적인 안전 강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전은 2차 재난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전은 전국의 전기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지구온난화에 맞춰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태풍 피해 범정부 대책회의를 ‘기후재해 관련 범정부 대책회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당장 재해대책은 물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대한 중장기적인 재난 대비와 대책을 마련하는 상설기구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속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아울러 피할 수 없는 재난이라면 재해보험과 구난체계 확립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자연환경은 도도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젠 정부와 사회의 시스템을 여기에 맞춰 혁신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다. 볼라벤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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