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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걸릴까봐 … 항구로 안 들어온 중국 배 2척 침몰

중앙일보 2012.08.29 01:51 종합 18면 지면보기
27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평리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이 산더미 같은 파도를 헤치며 운항하고 있다(본지 8월 28일자 1면). 이 배는 28일 화순동 동방파제 1.8㎞ 앞 해역에서 좌초됐다. [뉴시스]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불어닥쳤는데도 제주도 해안에 있던 중국 어선 2척은 인근 항구로 피난을 하지 않아 침몰됐다. 태풍경보가 난 상태에서 항구로 들어오라는 무전을 쳤지만 그들은 이를 무시하고 항구 밖 1마일 해상에 닻을 내려놓고 태풍을 맞았다가 변을 당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해경 “피난하라” 무전 무시
33명 중 15명 사망·실종

 해경에 따르면 이들 중국 어선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될 것을 두려워해 항구로 피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조업 어선은 사법 처리가 원칙이지만 우리 정부는 생존한 선원들을 인도적으로 조치할 방침이다. 28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중국 어선 2척은 북한 동해안 지역에서 출발해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 이들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풍을 만나 27일 오후 제주도 화순항 1.8㎞ 앞바다에 닻을 내렸다.



 당시 어선 2척에는 중국인 선원이 각각 17명, 16명씩 모두 33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두 어선을 발견하고 무전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오지 않았다. 결국 중국 어선 중 한 척은 제주 화순항으로부터 3㎞ 떨어진 사계항까지 떠내려와 배가 암초에 부딪혔다. 다른 한 척은 사계항에서 2㎞가량 떨어진 펜션촌 앞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이날 오후 사계항 근처 바닷가에는 중국 어선에서 떨어져 나온 철제 조각과 스티로폼들이 해안을 가득 채웠다. 곳곳에서는 한자가 적힌 담배와 라면 봉지, 판다가 그려진 슬리퍼, 반쯤 공기가 빠진 구명보트 등이 발견됐다. 이날 중국 선원 18명은 구조됐으며, 5명은 사망하고 10명은 실종됐다.



 해양구조 업무를 11년간 맡아온 서귀포해양경찰서 구조대장 강두철(36) 경사는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으로 말썽을 부리지만 이번처럼 우리 해역에서 사고를 당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목숨부터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면 생존자들은 강제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또 26일 제주 가파도에서 5㎞ 떨어진 바다에 있던 중국 불법 어선 2척은 설득해 항구로 피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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