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복양식' 부자섬 하룻밤 900억원 날려 '멘붕'

중앙일보 2012.08.29 00:51 종합 18면 지면보기
‘쑥대밭’이란 말이 따로 없었다. 28일 새벽 태풍 ‘볼라벤’이 휩쓸고 간 전남 완도군 완도읍 망남리는 폐허를 방불케 했다. 가두리양식장에서 튼실히 자라고 있어야 할 전복이 돌덩이·어구 등과 함께 도로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35㏊에 이르는 양식장의 가두리 그물 더미는 스티로폼과 마구 뒤엉킨 채 해안가로 떠밀려 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루 새 폐허 된 완도 양식장
“마을 덮친 산더미 같은 파도 … 59년 사라 때보다 무시무시”

 어업인복지회관 앞에선 최성완(53) 망남리 어촌계장 등 마을 주민 10여 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다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최 계장은 “추석을 앞두고 다음 달 4~5일에 출하날을 받아 뒀던 전복들이 모조리 엉망이 됐다”며 “지난해 태풍 무이파 때도 우리 마을은 끄떡 없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볼라벤이 온다는 소식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날이 밝기 무섭게 바다에 나간 최 계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을 앞 방파제 너머로 끝없이 펼쳐져 있던 양식장의 전복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



 최 계장은 2000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전복 양식을 시작했다. 10여 년간 전복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리자 주민 75가구 중 33가구가 전복을 키울 정도로 마을의 대표 수입원이 됐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마을 주민들이 시설비 1000억여원을 들여 1만7000칸의 양식장을 만들 정도로 전복 양식에 애착을 가졌었다”며 “하룻밤 사이에 9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전복 양식을 한 오한윤(53)씨는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 온 전복 100만 마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차가 들어갈 수 있다면 일부라도 건져볼 텐테…”라며 발을 굴렀다.



 완도에는 이날 광주지방기상청 기상관측 이래 가장 센 바람이 불었다.



 망남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강옥(68)씨는 “마을을 향해 불어닥친 산더미 같은 파도는 1959년 사라 때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고 말했다. 국내 전복 생산량의 70%를 출하하는 인근 노화도의 양식장 역시 태풍으로 인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완도=최경호 기자



■ 관련기사



▶ 화물선 두동강·벽돌 날벼락…남부에 집중피해

▶ 풍속 역대 5위인데, 중부피해 예상보다 적은 이유

▶ 볼라벤 지나가자 덴빈 31일 새벽 제주 도착

▶ "시민들 과도한 대비" 대형마트 양초·손전등 불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