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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청자 편익은 빠진 DCS 논란

중앙일보 2012.08.29 00:43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재철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변호사
접시 안테나를 달지 않고 인터넷망을 통해 위성방송을 볼 수 있는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기술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기술 발전으로 새롭게 태어난 서비스라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위성방송이니 접시 안테나를 달아야 하고, 인터넷망으로 서비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위성방송을 보려면 접시 안테나를 달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접시 안테나 설치가 힘든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은 위성방송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공동주택에서 단체로 계약한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케이블 업체에서 제공하는 유료방송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DCS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새로운 기술이다. 접시 안테나 없이도 위성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위성 안테나 설치를 위해 외벽에 구멍을 뚫거나 건물 미관을 훼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치에 따르는 번거로움도 없다.



 또 DCS는 위성방송 음영(陰影)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 그동안 연립주택 사이의 1층에 거주하는 시청자는 위성 전파 전달의 한계로 위성방송 시청이 힘들었다. 그러나 DCS를 이용할 경우 이런 전파 전달의 문제가 없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위성방송의 전파 도달에 한계를 보이는 음영지역의 범위가 국내 전체 가구의 25% 수준을 넘는다고 한다. 국내 가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시청자가 DCS를 이용할 경우 위성방송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블TV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들은 ‘DCS가 접시 안테나를 달지 않고 시청하고, 그 전달 과정에서 인터넷망(IP)이 쓰이기에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DCS는 새로운 기술이어서 기존 법령에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불법이라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특히 DCS는 타사업자의 서비스 방해나 간섭 요인 없이 시청자에게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케이블TV업체들의 반대 주장은 위성방송의 성장을 막고 경쟁을 제한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안타까운 것은 DCS 논란에 사업자들 간의 사업 영역 다툼만 존재할 뿐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좋은 화질과 음질로 싼 가격에 즐기길 원한다. 접시 안테나를 통해 봐야 하는지, 인터넷망을 통해 보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시청자가 우선이다.



 연말이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된다. 그동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단체로 아날로그 방송을 보고 있는 1000만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 각 방송사업자들은 이 가입자들을 놓고 서비스 경쟁이라는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DCS는 시청자 선택권 보장과 더불어 유료방송 시장 내 디지털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키는 대안으로 충분해 보인다. 정부는 DCS에 대해 규제나 제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신기술로 봐야 한다. ‘방송통신융합 시대’에 맞는 시청자를 위한 건설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기술 및 새로운 방식이 나올 때마다 유독 방송사업자 사이에서 ‘역무(役務)’ 논쟁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사실 ‘역무’는 사전상 ‘노역(勞役)을 하는 일’로 정의되어 있다. 즉 자신의 역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역무의 본질이다. 이런 면에서 시청자를 위하는 방송사업자의 역무는 자신의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의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DCS와 관련해서 사업자 간 영역 다툼은 적절하지도 않고 시청자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통신융합,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는 ‘스마트한 논쟁’을 기대한다.



김재철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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