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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헤지펀드 ‘금융 재앙’에 베팅

중앙일보 2012.08.29 00:41 경제 8면 지면보기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 폭락에 돈을 걸어 200억 달러(약 22조7500억원)를 벌었다. 또 다른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에인혼은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하고 대량으로 주식을 공매도해 큰 수익을 올렸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 금융위기를 일부 헤지펀드의 대가는 예측했던 셈이다.

CNN머니 보도
사상최대 규모 현금 비축
시장 투매 때 싼값에 살 채비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CNN머니는 최근 “헤지펀드가 향후 수 분기 내에 과거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금융재앙(financial disaster)’이 닥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헤지펀드가 비축하고 있는 현금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의 보유 현금이나 공매도 규모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집계할 수 없다. 그러나 씨티프라이빗뱅크의 데이비드 바일린 이사는 최근 미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헤지펀드가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상당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 헤지펀드가 무작정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와 투매가 나오면 이를 싼값에 쓸어 담는다는 전략이다. 헤지펀드 쪽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중국의 경제침체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투매가 나올 것으로 본다. 앞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3년 전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동시다발적인 거대 폭풍)’이 온다”고 말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유명 헤지펀드 운용자이자 ‘가트먼 레터’ 편집인인 데니스 가트먼이 대표적이다. 그는 24일 CNBC에 출연해 “남아 있는 주식 매수 포지션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가 경제적 역풍에 취약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도 매우 낮게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은행을 굴복시킨 사나이’ 조지 소로스와 존 폴슨은 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슨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을 선호한다”며 “금값이 온스(31.1g)당 1500달러까지 밀리자 금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SEC에 보고된 2분기 운용보고서를 보면 폴슨은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를 2180만 주 들고 있다. 1분기보다 보유량을 26% 늘렸다. 소로스 역시 SPDR골드트러스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보유량은 1분기 32만 주에서 2분기엔 88만 주로 늘었다.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고 있는 로스차일드가(家)의 한 원로(元老)는 유로화 하락에 베팅했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유로존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로드 제이컵 로스차일드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헤지펀드 RIT캐피털파트너스의 자산 19억 파운드 가운데 약 7%인 1억2800만 파운드(약 1452억원)를 유로화 하락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열린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유로존 붕괴 쪽에 베팅한 헤지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들 입장에서는 유럽 위기가 조장될수록 이득”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유럽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헤지펀드가 위기에 베팅한 결과는 좋지 않다. 7월 말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 뛰었지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집계한 헤지펀드 지수 수익률은 3.7%에 그쳤다. 대다수 헤지펀드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헤지펀드는 증시 성과를 앞서고 있다. 타이거글로벌펀드는 애플 주식을 사들여 연초 이후 20% 넘는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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