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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소나무, 캐나다는 통나무 … 같은 듯 다른 느낌

중앙일보 2012.08.29 00:29 종합 25면 지면보기
건축올림픽에 비유되는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29일 개막한다. 관객들이 이민을 주제로한 캐나다 국가관을 둘러보고 있다. [베니스=이영희 기자]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공통의 토대)’라고 적힌 흰색 휘장이 이탈리아 베니스의 골목골목마다 휘날리고 있다. 29일부터 베니스 카스텔로 공원 및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55개국 참여, 29일 개막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세계 건축계의 가장 큰 행사다. ‘건축계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올해는 ‘커먼 그라운드’를 주제로 55개 국가가 자국의 건축문화를 선보이기 위해 국가관을 설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모이는 주제전에는 69팀, 총 119명의 건축가가 초청됐다. 한국은 올해로 8번째 이 행사에 참가한다.



한국관 커미셔너 김병윤.
 ◆한국관 ‘건축을 걷다’=한국관은 베니스 남동쪽 카스텔로 공원의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이 공원에 있는 26개의 상설 국가관 중 마지막(1995년)으로 세워진 70여 평의 작은 공간이다. 이곳에 터를 잡지 못한 나라들은 무기 창고를 개조해 만들어진 전시장 아르세날레나, 혹은 도시 내 건물 곳곳에 임시 국가관을 차린다.



 올해 한국관의 주제는 ‘건축을 걷다(Walk in Architecture)’. 김현수·윤창기·박진택·오영욱·김태만(해안건축 대표)·박승홍(디엠피건축 대표)·이상림(공간 대표)·한종률(삼우건축 부사장) 등 건축가 8명이 참여했다.



 27일 오후 개막 준비에 한창인 한국관을 둘러봤다. 한옥의 문살을 모티브로 한 소나무 틀이 전시장 곳곳에 세워져 있고 틀 안에 브라운관과 빔 프로젝터 등이 설치돼 있다. 건축전임에도 건축모형과 사진·설계도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모형을 중심으로 하던 기존의 구성에서 벗어나 올해는 영상 중심의 전시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한국관 커미셔너 김병윤(60·대전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소나무와 한지를 이용해 꾸몄다. 심플하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상림씨는 건축사무소 공간이 설계한 건축물의 위치를 지구본 안에 입체적으로 표시하는 디지털 영상을 선보였다. 건축을 시각적으로 정보화하는 작업이다. 김태만·한종률·윤창기씨는 서울 추모공원과 명동예술극장, 플로팅 스테이지 등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건축이 어떻게 인간과 소통하는지를 물었다. 박승홍·김현수·박진택씨 등도 자신의 건축철학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전시장 입구,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도로공사용 로봇을 세운 오영욱씨는 “보행자들을 위한 도시구조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쉬움도 컸다. 구성 자체가 각 건축가들의 작업에 내포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주제로 전체적인 유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관객들이 영상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작가 소개나 작품 설명 등을 일절 배제했지만, 이로 인해 누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이날 많은 언론관계자와 초청객들이 한국관을 찾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의 영상을 시간을 들여 꼼꼼히 관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인근 독일관은 ‘리듀스 리유즈 리사이클(Reduce, Reuse, Recycle)’을, 일본관은 지난해 대지진 이후 건축의 역할을 묻는 ‘건축,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제목만으로도 전체상이 그려졌다. 이에 대해 김병윤 커미셔너는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을 참여시켜 한국 건축이 겪고 있는 여러 복잡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현수·윤창기 등 건축가 8명이 참여한 한국관 내부. 전통 한옥의 문살을 소재로 한 소나무 틀이 전시장 곳곳에 세워졌다. [베니스=이영희 기자]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라=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크게 주제전과 국가전으로 나뉜다. 주제전은 스타 건축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도 영국의 노먼 포스터,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 등이 베니스를 찾았다. 한국 건축가로는 승효상(60) 이로재 대표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승씨는 ‘거주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과 중국 베이징의 '시경루' 등 거주공간 10채를 선보였다. 그가 지난 20여 년간 설계한 작품이다.



 국가관의 열기는 보다 뜨거웠다. 각국은 독특한 컨셉트와 기발한 구성으로 자국의 건축가와 건축문화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민을 주제로 한 캐나다관은 목재로 유명한 나라답게 전시관 밖과 안을 통나무로 가득 채워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안이 바코드로 가득 차 있고, 휴대폰으로 이를 찍으면 자국의 건축물이 소개되는 러시아관의 구성도 돋보였다. 스페인에서는 가면을 쓴 모델들이 직접 건축모형을 들고 전시장을 돌기도 했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던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회를 거듭할수록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동원해 자국의 건축을 세계에 알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1980년 시작된 세계 최고 규모의 건축행사. 모태는 1895년 발족한 베니스 비엔날레(미술전)다. 미술전과 건축전이 격년제로 열린다. 올해 건축전은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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