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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태권도도 ‘태양의 서커스’ 될 수 있다

중앙일보 2012.08.29 00:20 종합 27면 지면보기
최민우
문화부문 기자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인 태권도. 그 태권도의 무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연이 지난 주말 대구에서 열렸다.



 사실 여태 태권도 공연은 여러 편 있었다. 다들 “난타의 뒤를 잇는 문화 상품”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 등을 표방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했다. 억지스럽고 조악했다. 그냥 단순화된 태권도 시범을 보는 게 더 나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솔직히 별반 기대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명은 태권도 퍼포먼스 ‘탈’. 대구실내체육관에서 25~26일 이틀간 열렸다. 정식 공연장이 아닌 체육관에서 공연이 올라간 것이나, 막이 오르기 전 협회 관계자, 지역 유지 등을 일일이 소개하며 관제 행사 냄새를 물씬 풍길 때만 해도 ‘부실 공연’이 될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막상 무대는 의외였다. 볼 만했다. 멋진 상품으로 만들 소지가 풍부했다.



한국무용·비보잉 등이 결합된 태권도 퍼포먼스 ‘탈’. 총감독은 최소리다. [사진 SR Group]
 그렇다고 공연 완성도가 출중했다는 건 아니다. 어설픈 설정, 촌스러운 조명과 무대, 자극적인 음악 등은 과거 태권도 공연과 엇비슷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태권도 자체에 집중했다는 것. 태권도가 단지 무술이 아니라 공연 콘텐트로 변모할 만한 미적 요소를 갖추었음을 입증했다.



 다수의 인원이 출연해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연상시키듯 태권도의 동작을 100% 활용한 겨루기는 그 자체로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뿜어냈다.



품새는 또 어땠나. 박력 있고 때로 우아한 움직임은 안무가들이 탐낼 만한 멋진 남성 군무였다. 압권은 격파 장면. 심박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고난도 테크닉은 지구촌을 사로잡은 ‘태양의 서커스’ 부럽지 않은 묘기였다. 박수와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탈’은 대한태권도협회가 기획해 2년 전 만들어졌다. 30여억 원을 들였다. 30여 개국 40여 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협회 양진방 사무총장은 “상설 무대를 마련해 관광상품으로 키워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라건대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 시켰듯, 이번 태권도 공연도 해외 쇼닥터(이미 개막한 공연을 수정하는 연출가)의 손을 거쳤으면 좋겠다. 아마 그들도 태권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인지 깜짝 놀랄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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