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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황’이 온들 되겠나 … ‘야왕’ 한대화 감독 전격 사퇴

중앙일보 2012.08.29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한대화 한화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한 감독은 28일 대전구장을 찾아 한화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선수단 미팅을 했다. 그는 “너희들이 잘했으면 좋겠다. 남은 기간 더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짧은 인사를 전했다. 한 감독이 지난 5월 경기 뒤 그라운드에 서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한화의 한대화(52) 감독이 전격 사임했다. 뿌리가 부실한 한화 야구가 ‘야왕’의 등을 떠밀었다.

한화, 이유 있는 프로야구 꼴찌



 한화 구단은 28일 “한대화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 남은 시즌은 한용덕 수석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성적 부진 때문이다. 한화는 2010년 한 감독 부임 이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도 꼴찌다. 하지만 한 감독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가 성적을 내기에는 기본 전력이 약하고, 이는 수년간 이어진 구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감독 부임 전부터 한화는 세대 교체와 선수단 체질 개선에 실패하며 전력이 급격히 하락했다. 유망주의 성장 속도는 주전들의 은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0년에는 주전 내야수 송광민이 시즌 중 입대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주전들은 타 팀에서 전력 외로 분류돼 트레이드된 선수,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 수년째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들로 꾸려졌다. 주전의 공백이 생겨도 마땅한 백업요원이 없었다. 2군 구장도 없는 한화의 허술한 육성시스템이 만든 현실이다.



 지도자들의 노력도 한계에 부딪혔다. 1군에서 기본기를 가르쳐야 할 정도였다. 한 감독은 지난해 날카로운 경기감각으로 수차례 역전승을 일궈내 팬들로부터 ‘야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얕은 선수층의 한계를 이겨내기는 힘들었다. 또 올해는 구단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가 올 시즌 김태균·박찬호·송신영 등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꾀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구단은 우승을 목표로 삼는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기본 전력 향상 없이 스타 몇 명만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오판했다. 감독과 소통 없이 코치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반성은 늦었다. 지난 7월에야 정승진 한화 사장은 “애초에 구단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기본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면 일시적인 전력 보강으로는 강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4강과 우승’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세운 내 잘못이다. 선수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라고 했다.



 결국 현장의 수장인 한 감독이 모든 책임을 졌다. 한 감독은 “팀 운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적을 내지 못한 건 내 잘못이다. 감독이 됐을 때부터 팀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는 말을 남기고 야왕은 쓸쓸히 떠났다.



허진우 기자



한대화 어록



▶“ 뱅뱅 돌다가 이제 야 고향에 온 셈이다.”




2009년 9월 24일=한화 감독 선임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고향팀 사령탑을 맡은 소감을 밝히며.





▶“나나 위로해 줘.”



2011년 4월 27일=전날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한 류현진을 위로해줬느냐고 묻자 4월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라며 자신이나 위로해 달라고.





▶“예끼! 니미 XX.”



2011년 5월 12일=경기 내내 판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한대화 감독이 경기 후 심판진에게 던진 욕설. 이를 계기로 한화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





▶“그거 혹시 비꼬는 거 아냐?”



2011년 5월 22일=한화의 성적 상승 후 팬들이 붙여준 ‘야왕’이라는 칭호에 쑥스러워하며.





▶“1위랑 8승밖에 차이 안 나.”



2011년 6월 2일=4월 부진을 씻고 5월 5할 승률을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하자 상위권 진출도 가능할 것 같다며.





▶“둘 왔다고 우승하면 누가 우승 못하나.”



2012 시즌 개막 전=김태균·박찬호 영입으로 구단 내부에서 우승 후보로 생각한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내가 불쌍해 보였나봐.”



2012년 7월 7일=한대화 감독이 트레이너에게 어깨 마사지를 받는 장면을 본 박찬호가 “성적 부진으로 감독님이 힘드신 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자.





▶“좋은 날인데 우리는 좋지가 않아.”



2012년 7월 21일=9년 만에 대전구장에서 올스타전이 열렸지만 팀이 최하위라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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