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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은 놋그릇, 찌개는 뚝배기…그릇도 궁합 맞아야죠

중앙일보 2012.08.28 04:53
‘홍합미역국’을 다양한 그릇에 담아보았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릇 협찬=최주희 작가, 김대훈 작가(우리그릇 려), 이윤신 작가(이도)




요리에 있어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건 그릇이다. 하지만 그릇을 고를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그릇의 디자인만 놓고 봐도 그렇다. 1년 차 주부 송은교(30·양천구 목동)씨는 요즘 본인 그릇에 대한 불만이 많다. 혼수용품을 고를 당시 ‘예쁜’ 그릇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색채가 강한 한국 음식의 특성상, 화려한 빛깔의 그릇은 음식을 맛없어 보이게 만든다.



레스토랑 셰프들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어떤 그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창조물이 더 돋보일 수도, 모자라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테이블 문화가 ‘무엇을 담느냐’에서 ‘어디에 담느냐’로 진화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밥상과 궁합이 맞는 그릇은 어떤 그릇일까. 이에 대한 조언을 『셰프의 그릇』 저자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광선 셰프와, 까사스쿨 케이터링 담당 강사 김주영 씨에게 구했다.



김 셰프와 김주영씨의 한결 같은 주장은 “한식에는 한국 도기가 제격”이라는 것이다.어느 나라든 해당 국가의 의식주는 그 나라의 기후, 지형, 특색에 의해 결정된다. 밥과 국이 주식인 우리에게 도자기만큼 고마운 그릇도 없다. 흙으로 빚어 가마에 굽는 제작 과정의 특성상 음식과 공기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이에 ‘숨쉬는 그릇’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러한 특성은 보온과 보냉 효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차가운 나물은 더욱 차갑게, 국과 밥의 온기는 더욱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외국 그릇이 백화점 식기 코너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김 셰프와 김주영씨가 한국 도기를 권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도기의 단아한 색감이다. 그 중에서도 백자는 단연 으뜸이다. 적갈색의 고기 반찬은 청아한 백자를 밑바탕으로 뒀을 때 그 먹음직스러운 기름기가 더욱 돋보인다. 나물 반찬 역시 푸른 빛이 도는 흰색과 흙의 질감에 어울려야 흙에서 방금 캐온 듯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아름다운 그릇은 그릇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한 그릇”이라고 설명하는 김 셰프의 철학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런 철학에 위배되는 그릇은 파란색 그릇이다.김주영씨는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청색이 독약을 떠올리게 해 그릇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다이어트를 돕는 사진에 파란색을 넣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파란색은 식감을 떨어트릴 때 쓰는 색”이라고 조언했다.



김 셰프는 그릇을 선택할 때 그릇의 ‘형태’를 가장 먼저 보라고 말했다. 밥 그릇을 고를때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움푹 들어간 형태의 그릇은 피해야 한다. 밥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형태가 오목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패인 그릇은 위생상 좋지 않다. 밥 한 공기에는 점성이 높은 수많은 쌀알이 담겨있다. 이때 움푹 들어간 형태의 그릇은 바닥 안쪽 가장자리에 밥알의 찌꺼기가 달라붙기 쉽다. 이 부분은 세척할 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기도 해서 더욱 문제다. 같은 이유로 결이 들어가 있는 밥공기나 섬세한 장식이 있는 그릇 역시 밥그릇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국 그릇은 열을 보존해 주고, 손에 잡기 쉬운 간결한 디자인이면 좋다. 하지만 탕·국 종류에 찰떡 궁합을 자랑하는 건 무엇보다도 뚝배기다. 질그릇은 통기성이 좋아 스스로 숨을 쉬고 수분 조절에도 능하다. 또한 불에 잘 견디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청정작용이 있어 음식을 오래 담아두는데 무리가 없다. 요즘엔 일반 국 그릇 크기의 미니 뚝배기도 널리 판매되고 있어 이를 개인용 그릇으로 두고 사용하면 제격이다. 또 구리와 주석을 주 성분으로하는 놋그릇은 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 곰탕과 같은 메뉴에 선택하면 가장 맛있는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이 밖에도 면 요리에는 국물이 자작하게 담길 수 있는 높이에 숟가락과 젓가락(포크)을 함께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는 폭을 고르면 된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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