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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부의 힘 … 후진타오에게 대들고 미국에 큰소리

중앙일보 2012.08.28 01:23 종합 16면 지면보기


2009년 10월 베이징 시가지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군 사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산당 절대권력 배후 … 영토분쟁 계기로 전면에 나서

“효과를 볼 때가 됐다(見到實效).”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이 26일 난징(南京) 군구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중국군의 현재와 미래의 지향점이다. 가깝게는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틀 전 미국을 방문 중이던 차이잉팅(蔡英挺) 중국 인민해방군 제1부총참모장은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도서들이 미·일 상호방위조약 적용을 받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무력충돌이 있더라도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간접 경고다.



 중국군이 대외정책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다. 중국군은 이미 자국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라인에 들어가 있다. 일반적인 외교 문제는 외교부가 나서 협의하고 처리하지만 안보 문제 등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곧바로 영도소조(領導小組)가 구성된다. 일종의 태스크포스다. 이번 댜오위다오 문제도 최근 구성된 영도소조에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데 여기에는 당 중앙판공실(대통령 비서실에 해당)과 국가해양국·어정국(漁政國)·외교부·상무부와 함께 군 대표가 포함돼 있다. 미국 군사평론가 윌리 램은 “영도소조에서 안보나 영토 문제와 관련된 대외정책은 여러 부처의 의견을 들어 사실상 군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군의 영향력은 당내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올가을 당대회에 참석할 군 대표는 전체 당대표 2270명 중 300명(13.2%)으로 단일 부문 대표로는 가장 많다. 공산당 핵심 의결기구인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4명 중 41명(20.1%), 후보위원 167명 중 23명(13.8%)을 차지한다. 당 정치국원 24명 중 2명(8.3%)이 군부 인사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군 출신은 없다. 하지만 중국군은 여느 나라와 달리 국가의 군이 아닌 공산당의 군으로 당헌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당에서의 영향력이 곧 군에 대한 영향력이다.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에 올라도 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임하지 못하면 권력을 장악했다고 보기 힘들다. 실제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2002년 국가주석 직에서 물러나고도 이후 3년여간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했으며,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군은 물론 당의 실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중국의 대외영향력 증가도 중국군의 권력강화를 돕는 후원자다.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이 최근 대내외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국제 문제에 개입하게 됐지만 외교부가 단독으로 이들 문제를 처리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평론가 후리(胡立)는 “2000년대 이후 중국군은 안보의 전문성을 앞세워 안보와 외교 분야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 힘이 당과 행정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중국군의 문제점도 많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중국군의 전투력을 전구급(戰區級·theater-level) 수행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봤다. 국지전투만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올 들어 국가 대 국가 전투가 가능한 전역급(戰役級·campaign-level)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평가다. 미사일과 핵 전력이 개선되고 있지만 대부분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대 군구 간 통신이 통일되지 않고 합동훈련도 지난해 시작돼 전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군의 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주룽지(朱鎔基·1998~2003년 재임) 총리가 군 부패의 온상인 기업 경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금도 중국군은 호텔에서 일반 생활용품업체까지 수천 개의 기업을 경영하며 특권을 누리고 있다. 군 고위급 지휘관의 60%가 태자당(太子黨·중국 혁명원로나 고위공직자 자녀 출신 정치세력)과 상하이방(上海<5E6B>·상하이 출신 고위관료나 장쩌민 전 주석 측근 정치세력) 출신인 것도 군의 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고위간부 출신의 정치세력) 출신의 후진타오 당 군사위원회 주석은 군 개혁에 엄두를 못 냈다. 최근에는 장친성(章沁生)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후 국가주석에게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더 강력히 대응하라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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