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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유통, 드러그스토어 ‘강남역 대전’

중앙일보 2012.08.28 00:43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일대에 마주보며 문을 연 ‘분스’(왼쪽)와 ‘디셈버24’. 각각 이마트?카페베네의 드러그스토어다. 화장품을 위주로 생활용품, 간단한 먹거리 같은 것을 판다. 최근 이 같은 드러그스토어가 쇼핑가·대학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강남역 주변엔 올리브영·왓슨스까지 4개 브랜드의 드러그스토어 8개가 모여 있다. 화장품과 같은 뷰티 제품 위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곳들이다. [사진 이마트·카페베네]


이달 초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디셈버24’라는 점포가 문을 열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카페베네가 개설한 드러그스토어(drugstore) 1호점이다. 198㎡(60평)크기에 화장품·비타민·생활용품과 먹거리를 한곳에 모아놓았다. 길 건너 맞은편엔 ‘분스’란 드러그스토어가 있다. 이마트가 두 달 전 가게를 냈다. 피부관리실·미용실·카페까지 입점해 두 개 층, 826㎡(250평)를 쓰는 대형 매장이다.

3년 새 시장 3배로 … 명동·대학가서 강남으로 상권 확대





강남역 일대는 CJ의 올리브영 매장 5개, GS리테일의 왓슨스 1개가 자리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격전지’다. 드러그스토어 경쟁은 명동에서도 불붙고 있다. 분스는 지난 19일 서울 명동에 2호점을 열었다. 올리브영 을지로입구역점과 마주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명동 중앙로에 495㎡(150평)짜리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백화점은 불경기, 대형마트는 규제, 편의점은 포화상태라는 장애물을 만났지만 드러그스토어만큼은 여유롭게 확장 중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체 매출은 2008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3260억원으로 3년 새 거의 세 배가 됐다. 올해는 다시 갑절로 성장해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드러그스토어의 호황은 화장품 같은 뷰티 제품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선 올리브영은 매출의 49%가 뷰티 제품이었다. 매장 하나당 취급하는 7500종 상품 중 50% 이상이 이 제품군이다. 외국처럼 매장 안에 약국이 입점한 건 200곳 중 세 곳뿐이다. 왓슨스 상품의 뷰티용품 비중도 60%에 이른다. 생활용품 21%, 먹거리 12%이고 비타민과 같은 건강 관련 제품은 7%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의 드러그스토어는 ‘약국을 바탕으로 한 잡화상’ 개념인 외국과 달리 ‘화장품 편집매장’ 성격이 강하다. 화장품 전문점이 드러그스토어를 강력한 경쟁자로 여길 정도다.



 드러그스토어는 화장품을 바탕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원 김현지(32·여)씨는 “해외 명품 화장품은 백화점에 있지만, 값싸고 입소문이 난 외국 화장품은 드러그스토어에 더 빨리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수퍼마켓보다는 고급스럽고 백화점보다는 저렴한 화장품을 팔기 때문에 찾는다는 것이다. 올리브영 측은 “백화점보다 빨리 해외 브랜드를 도입하려고 화장품 직수입팀까지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러그스토어는 젊은층을 겨냥해 대학가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미 올리브영 매장 중 17%, 왓슨스는 25%가 대학가에 위치해 있다. 올리브영 하은영 마케팅팀장은 “최근 서울 성균관대와 광운대에 매장을 열었다”며 “이화여대·성신여대와 같은 오래된 상권뿐 아니라 다양한 대학거리로 매장을 넓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오세조(경영학) 교수는 “한국의 드러그스토어는 형태가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초기단계”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진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백화점·할인점·편의점의 뒤를 잇는 제4의 유통채널로 급부상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약국, 화장품가게, 편의점과 같은 형태 중 어떤 것으로도 만들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김호정 기자



드러그스토어 (drugstore)  외국에서는 약품·식품·생활용품 등을 파는, 일종의 잡화상을 일컫는다.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가 대표적이다. 국내에는 CJ 올리브영이 1999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에선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라도 판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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