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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먼이 판 은행주, 버핏은 2730만 주 샀다

중앙일보 2012.08.28 00:36 경제 1면 지면보기
“프록터앤드갬블(P&G)이 투자자를 실망시키고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5대 투자 대가들도 엇갈린 2분기 투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콘퍼러스 며칠 전 P&G 주식을 20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애크먼은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 지분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 되파는 ‘행동주의 투자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애크먼이 P&G를 샀다는 건 P&G가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P&G는 3년 전부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P&G가 적절한 경영개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애크먼이 경영진 교체와 일부 사업 매각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P&G 주가는 7월 이후 10%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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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최근 애크먼을 포함해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조지 소로스(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 세스 클라만(바우포스트그룹 회장), 데이비드 에인혼(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 등 글로벌 5대 펀드 매니저를 선정하고 이들의 2분기 운용보고서를 분석했다. 세계의 투자 귀재들은 어떤 종목을 바구니에 담았을까.



 바구니는 각양각색이었다. 한 사람이 내놓은 주식을 다른 사람은 샀다. ‘투자의 귀재’ 버핏이 그랬다. 애크먼이 사들인 P&G를 팔았다. 대신 애크먼이 보유 주식의 절반을 팔아치운 씨티그룹과 같은 업종에 속한 웰스파고·뱅크오브뉴욕(BNY)멜론 등 은행주를 샀다. 버핏은 특히 올해 사들인 2730만 주를 포함해 총 4억1100만 주의 웰스파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금액이 많다.



애크먼이 “JP모건체이스의 파생상품 손실과 리보금리 조작 사건은 (은행주에) 결정적인 나쁜 사건이 될 것”(지난달 고객에게 보낸 편지)이라고 본 반면 버핏은 은행주 주가가 바닥에 온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시카웰스매니지먼트의 제프 시카 CEO는 “버핏이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산업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며 “이런 주식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월마트 주식 480만 주를 매수했다. 월마트는 경기방어주다. 시카 CEO는 “소로스는 세계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스 클라만도 5대 매니저에 이름을 올렸다. 클라만은 오라클을 1580만 주(6월 주가로 4억6900만 달러) 샀다. 내년 이익을 가정한 현재 오라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1.8배로, 과거(5년 평균 PER 13.3배)보다 싸게 거래되기 때문이다.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하고 대량으로 주식을 공매도해 큰 수익을 올렸던 데이비드 에인혼은 의료복지(헬스케어) 부문에 관심이 많다. 이 부문의 6개 종목에 약 10억 달러 가치에 이르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역발상 투자자다. 그가 헬스케어 관련주에 관심이 많은 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 때문에 이들 종목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헬스케어 관련주) 주가가 내리기보다는 오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은 어떨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 5월 이후 새로 산 ‘5% 이상 보유’ 종목이 많은 5개 기관투자가를 골랐다. KB자산운용은 이노와이어·한솔케미칼·선전지주·아트라스BX 등 17개 기업에 투자했다.



특히 이 운용사는 게임주 드래곤플라이의 지분을 14% 보유하고 있다. KB 측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주인 에스엠의 지분을 10% 이상 사들여 큰 수익을 올렸다.



 국내 기관 중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컴투스·락앤락 등 13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사들였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태림포장·한국제지 등 주가가 싼, 곧 PER이 낮은 기업을 선호했다. 알리안츠글로버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이머징 시장 진출로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화장품주를 샀다. 한국투신운용은 에스에프에이·삼성정밀화학 등 소재 기업에 10% 투자했다.



 그렇다면 이들 유명 매니저를 따라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한 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지분 공시가 늦게 되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고 따라 사서는 안 된다”며 “산업 구조의 변화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라면 이들 전문가의 투자를 참조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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