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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는다고 사나, 마음이 편해야 살지!

중앙선데이 2012.08.26 02:13 285호 28면 지면보기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마음이 괴롭단다. 시간이 갈수록 삶의 재미와 의욕이 떨어진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연전(年前)에 다녀온 수련원 한 곳을 추천했다. 자신을 돌아다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곳이다. 며칠 후 그 친구는 호들갑을 떨며 소식을 전해왔다. 8월에 개강하는 프로그램 신청을 7월 1일 받기 시작했는데 내내 기다리다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 단 4분 만에 마감됐다는 것이다. 황금의 휴가 시즌에 가족과 떨어져 경상도까지 가야 하는 4박5일 수련프로그램인데 말이다. 마음 아픈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

경제,경영 트렌드 FINISH&T② 내면의 풍요

2012년 대한민국은 ‘20-50’ 클럽에 들어갔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일곱째 나라, 즉 명실상부한 G7 국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토록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이제 먹고살 만해졌는데, 내 집이 있으면,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또 임원으로 승진을 하면,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행복은커녕 마음이 괴롭고 아픈 것일까. 아무래도 행복이란 놈(?)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올봄 어느 골프장에 적혀 있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이 생각난다. ‘행복이란 페어웨이에서 퍼터를 건네받고 걸어가는 것이다.’ 놀란 이유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행복의 특성을 단번에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즉 행복이란 특별한 순간에 느끼는 달콤한 감정인데, 이 감정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다. 혹시 그동안 우리는 이런 작은 행복의 순간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는 대신, 어떤 때가 되면 한꺼번에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은 행복을 유보하거나 꾹 참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가장 공감한 대목 중 하나는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으며, 잠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개들의 삶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대목 더. ‘엑상프로방스는 파리를 동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리 사람들을 동정한다. 그 이유는 자연의 축복을 느끼지 못하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안쓰러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물질’과 ‘번영’을 향해 쏟던 강력하고 엄청난 에너지의 방향을 돌려 ‘내면’과 ‘행복’을 향해 쏟기 시작하고 있다. 물질만으로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신적인 안정과 만족이라는 상위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내면의 풍요(inside richness)를 향한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필자는 이들을 ‘치유산업’ ‘심미산업’ ‘신념산업’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1.치유산업: 마음의 상처와 번민·욕심 등 부정에너지를 비우고 평안·감사·사랑과 같은 긍정에너지를 채우는 산업. 명상산업이라 불리는 요가·기공·단전호흡·호흡명상·초월명상·마음수련 등과 함께 정신과 치료·상담,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자아로의 회복을 돕는 산업이다. 치열한 경쟁, 그로 인한 심적 고통이 이 산업을 점점 키우고 있다.

2.심미산업: 미(美)를 통해 내면의 갈증을 채워주는 문화와 예술이 대표적이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K팝과 같은 대중예술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사람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깊은 감동과 숭고한 예술혼을 느끼고 싶어 한다. 또 감상을 넘어 직접 참여하길 원하게 돼 인터넷 소설, 동호회 연극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사업과 서비스가 태동할 것이다.

3.신념산업: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의미·보람 등의 가치를 찾아주는 산업이다. 코칭사업, 평생교육산업, 사회적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몰입과 열정을 쏟을 만한 무언가 의미 있는 목표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사명,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비전을 세우기 위해 각종 강좌를 찾아다니고 또 코치를 받을 것이다.

시인 고은 선생의 작품 중 ‘그 꽃’이라는 아주 짧은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동안 우리는 ‘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그래서 꽃 따위는 볼 여유가 없었고 행복마저도 나중으로 미루다 보니 속이 허전하고 아프다. 이제야 비로소 꽃도 사람도 마음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물질이 아닌 정신의 가치에 눈뜨고 꽃 한 송이의 감동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 그래서 나중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려 하고, 물질 대신 내면을 채우려는 새로운 산업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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