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의 적, 완벽주의

중앙선데이 2012.08.26 01:05 285호 18면 지면보기
“오늘은 또 어떨지 걱정스럽습니다. 제대로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떠나지 않고 남자로서 사는 맛이 안 납니다.”
30대 중반의 싱글남 B씨는 약간의 발기기능 저하와 조루를 걱정하는 경우다. 물론 그가 성관계를 할 때 매번 발기가 안 되거나 조루가 있는 건 아니다. 제법 성생활이 잘되고 만족스러운 날도 여럿 있다고 한다. 하지만 B씨의 생각은 늘 잘되지 않는 경우에만 집중되고 또 안 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한마디로 성기능에 대한 완벽주의다. “저하고 잠자리를 하는 여성들은 모두 제게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상대와는 잘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아예 헤어져 버립니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그의 성(性) 완벽주의는 이성교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행위의 안정성 여부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 B씨가 최근 마음에 쏙 드는 여자친구를 만났다. 결혼까지 고려하고 있어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데, 성행위 때마다 뜻대로 안 되고 불안해서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검사 결과 그의 신체적 성기능은 당연히 정상인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사결과를 말해주고 격려해도 그는 자신감을 찾지 못하며 필자의 딱 부러지는 조언을 원했다. 그래서 되물었다. “매일 밤마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도 항상 푹 주무실 수 있습니까? 어떤 음식을 먹든지 매번 맛있고 소화가 잘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는 B씨 같은 완벽주의자가 너무 많다. 완벽주의는 사실은 불안과 열등감의 거울상이다. 자신의 성기능에 대한 불안과 매번 거사를 완벽하게 치러서 파트너를 반드시 만족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오히려 성반응을 떨어뜨리고 성기능을 망친다. 어느 정도 성반응이 오락가락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성기능뿐 아니라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은 그때그때 기능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수면도 마찬가지요, 소화기능도 마찬가지다. 어찌 매번 숙면을 취하고 매번 소화기능이 완벽하게 작동할까.

그동안 필자는 이 칼럼에서 성기능 저하는 심신 건강의 적신호이니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다만 B씨 같은 경우는 그 반대 조언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때로는 뜻대로 안 되니 성과에 좀 느긋하고 다음을 기약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주 강력한 발기 상태로 정상인보다 훨씬 오랜 시간 20∼30분씩 삽입 성행위를 하고 매번 상대가 만족하길 바라는 건 그야말로 과욕이다. 원래 여성은 성행위마다 매번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여성을 매번 100% 만족시키려는 의도는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수행)’이다.

성행위 시간도 5∼7분이 정상인의 평균이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2∼3분인 날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핵심은 매번 3분 미만일 때 조루란 건데, B씨 같은 남성들은 정상적인 시간이 나온 날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반대로 짧은 날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크게 좌절한다. 오늘은 시간도 좀 짧고 발기 강도도 약하고 나 자신이나 상대방이 클라이맥스까지 못 갈 수도 있다. 성생활을 친밀 관계의 확인 정도로 봐야지 매번 시험을 보거나 승패를 가르는 게임처럼 달려들어서는 곤란하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