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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바라볼 여군 후배들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중앙선데이 2012.08.26 01:00 285호 14면 지면보기
“초심(初心)을 잃지 마라. 항상 준비하는 사람이 돼라. 바로 지금에 충실하라.”
외부 강연 때마다 송명순(54·사진) 준장이 강조하는 좌우명이다. 송 준장은 여성 최초의 전투병과 장군이다. 합참 해외정보차장을 맡고 있다. 2010년에 ‘별’ 하나를 달기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세 마디를 되뇌며 노력했다. 조직을 강조하는 군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송 준장은 스스로에게 ‘난 왜 여군이 되었나’라고 되물었다. 이젠 30년간 자신을 지켜준 이 말들을 후배들에게 전한다. 후배들은 그런 그를 ‘초심 장군’이라고 부른다. 14일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송 준장을 만났나.

여성 최초 전투병과 장군 송명순 준장


-1981년 임관했다. 왜 여군이 되려 했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정치학과에도 여학생이 절반 이상 되지만 그땐 여학생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4년간 남학생들과 함께 어울렸다. 그런 생활을 통해 남성들과 경쟁해도 내가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다 남성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던 군대에도 여군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처음부터 투철한 국가관이나 사명감을 갖고 군에 입대한 건 아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런데 군 생활을 시작하고, 훈련을 받으면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생기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경험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나. 중령 진급할 때쯤 양육 문제로 상당히 힘들었다. 아이들 돌볼 짬을 낼 수 없었다. 전역 지원서를 냈는데, 당시 여군단장이던 새누리당 김옥이 전 의원이 ‘한 번만 더 생각하라’며 말렸다. 마지막으론 장군 달기 직전에 ‘이 정도면 충분히 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 그만두려 했다. 그때 직속 상관이 이런 말을 해줬다. ‘널 바라보는 여군 후배들을 한번 생각해 봐라. 네가 A급 여군이어서 잡는 게 아니다. 네가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후배들은 누굴 바라보고 군 생활을 해야 하나’. 그 말이 나를 군에 잡아뒀다.”

-군에 몰려드는 여성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지난 30년간 사회는 변했고 군대도 자연스럽게 변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생각이 변했다. 군에 대한 정보는 과거에 비하면 훨씬 열려 있고 남성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자 하는 진취적 여성도 늘었다. 최근엔 취업난까지 겹쳐 여성들이 ‘안정적이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군대를 생각한다. 내가 군에 들어갈 땐 여군을 1년에 10명 남짓 뽑았는데, 이젠 매년 300명 가까이 뽑는다. 고무적인 일이다.”

-군에서 여성만의 역할은 뭘까.
“여성 특유의 ‘유연성’은 군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어떤 분들은 이런 점을 단점으로 꼽지만 그건 군대의 하드웨어적 측면만 볼 때 그렇다. 군에선 소프트웨어적 부분도 중요하다. 예컨대 징집된 일반 병사에게 무조건 ‘이걸 해야 한다’고 밀어붙일 때보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설득했을 때 훈련 성과가 더 크다. 첨단 정보전이나 사이버전에 투입될 때도 여성만의 ‘섬세함’이 큰 역할을 한다. 여군의 강점과 남군의 장점이 조화를 이룰 때 군이 더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여군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내 경우엔 양육 문제가 힘들었다. 나 때문에 아이들이 1년에 세 번씩 전학을 다녔다. 아침엔 출근시간이 빠르고 저녁엔 야근이 많아서 가정을 돌볼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이런 문제가 최근엔 많이 개선됐다. 지금 시점에선 여군에게 힘든 문제가 ‘선입견’이다. ‘여성인데 임무를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여군의 임무수행 기회를 막는 제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군 후배에게 충고한다면.
“요즘엔 우수한 여성이 군에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반드시 이겨야 하는’ 군에선 개인기만 중요한 게 아니다. 집단의 화음이 더 중요하다. 후배들이 이런 점을 마음속에 담아뒀으면 좋겠다. 군에선 여군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다양한 분야에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게 한국 군대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군대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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