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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수 속 인 때문에 남조류 폭발적으로 증식”

중앙선데이 2012.08.26 00:49 285호 10면 지면보기
“상류와 불과 5㎞ 떨어진 하류에서 지오스민 농도가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한강물환경연구소 변명섭(사진) 박사의 말이다. 양수리에 자리 잡은 연구소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소속이다. 팔당호를 비롯한 북한강·남한강 각 지점의 수질을 다루는 연구소에서 변 박사는 남조·녹조류 등 미생물 분야 전문가다.

무단방류 밝혀낸 한강물환경연구소 변명섭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하순 북한강 수계 각 지점에서 남조류에서 나오는 대사물질로 악취를 내는 지오스민 농도를 매일 검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청평댐을 지나 서종대교로 오면서 조금씩 줄어들던 지오스민 농도가 하류인 삼봉리 지점에서는 최대 30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변 박사는 “두 지점 사이에 있는 묵현천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항공감시단에서도 항공촬영 결과 묵현천을 지나며 녹조류가 크게 번식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묵현천에 뭔가 있다는 게 분명해진 것이다. 한강유역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 순찰팀이 묵현천과 북한강 합류 지점에서 500m 상류에 있는 화도 푸른물센터 비상방류구에서 오·폐수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그렇다면 왜 생활폐수가 녹조 급증의 원인이 됐을까. 변 박사는 “세균의 영양물질이 되는 고농도 유기물, 특히 인(燐)이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조류를 구성하는 원소는 탄소와 질소, 그리고 소량의 인이다. 탄소와 질소는 대기와 물속에서 거의 무한정 공급된다. 하지만 인은 희소한 원소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부족한 인이 충분히 공급되면 남조류는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는 것이다.

변 박사는 “인 성분이 많은 것은 배설물 등 생활하수와 비료 성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수를 ‘고도 처리한다는 것은 하수에서 인 성분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고도하수처리장인 화도 푸른물센터가 하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인 성분이 대량 공급돼 조류 번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올여름 북한강 녹조의 원인이 모두 화도 하수처리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변 박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최상류인 파로호, 소양호 일대 고랭지 채소밭에 뿌려졌다가 큰비에 쓸려 내려온 비료 성분이 출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하류인 의암호는 최근 접근성이 좋아져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춘천 지역에서 인이 공급된다. 조류가 발생하거나, 이상 증식하는 지점 주변에는 모두 ‘인’ 공급원이 있다는 추론이다.

이번 화도 푸른물센터 사건은 조류의 폭발적 증식에 인을 포함한 영양성분의 공급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눈에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변 박사는 “남조류는 일단 퍼지고 나면 뒤처리가 까다롭다”며 “사전에 인 등 조류의 영양성분이 공급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오염을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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