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근혜 후보, 5년 전과 많이 달라져... 경제민주화 인식 확고”

중앙선데이 2012.08.26 00:39 285호 6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선 후보를 선출한 새누리당에선 캠프 개편을 놓고 양론이 맞선다. 지금까지 박 후보를 도왔던 친박(親朴·친박근혜)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해 새판을 짜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그러면 누가 선거를 치르느냐”며 경선 캠프 실무진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인사를 수혈하자는 목소리도 강하다. 논쟁은 보수 대연합과 외연 확장으로 연결되고,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합류 문제를 두고도 엇갈린다.박 캠프는 친박 2선 후퇴보단 외부 인사 수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누리당 선대위 출범까지 한 달여간 대선기획단을 이끌 단장엔 경선 캠프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한 최경환 의원이 유력하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사진) 전 의원은 여전히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쪽이다. 24일 서울 부암동 사무실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새누리당 좌클릭 주도한 김종인 전 경선 선대위원장

-박근혜 본선 캠프에선 어떤 일을 맡나.
“캠프 구성엔 관심 없다. 내가 권력 투쟁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듣기 싫다. 새누리당 주변엔 쓸데없이 시비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당일까란 회의를 한다. 원내대표란 사람이 ‘김종인의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걸 보곤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박 캠프 경선 선대위원장은 왜 맡았나.
“박 후보가 바뀌었다고 봤다. 5년 전엔 박 후보의 경제인식이 미숙했다. 아마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들어본 적도 없을 게다. 4월 총선 공천 때만 해도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지난 3월 비대위에서 나왔다. 경제민주화가 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박 후보가 다시 찾았다는 건 생각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나를 불러다 어디에 쓸 것인가. 내가 그런 변화를 확인하지 않고 다시 갔겠나.”

-구체적으론 어떻게 바뀌었나.
“박 후보가 4·11 총선 과정에 느낀 점을 내게 얘기했다. 과거와는 국민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상황 인식이 바뀌었다. 우리가 총선 전 비대위에서 재래시장 보호대책 등을 발표했다. 박 후보가 총선 때 시장에서 유세하면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박 후보가 지금도 경제민주화를 100% 이해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앞세워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건 확실하다. 인식이 달라졌으니 앞으로 나가도록 하면 된다.”

-본선 캠프엔 왜 참여하지 않나.
“내게 ‘되지도 않을 데 가서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쓸데없는 짓 그만하라’는 충고도 듣는다. 내 생각에 한국엔 지금 최선의 대선 후보도, 차선의 후보도 없다. 박 후보는 서드 베스트(3rd best)다. 그런데 그만한 지도자도 없다. 박 후보에 대한 신뢰가 있다. 그렇지만 캠프에서 아웅다웅하고 싶진 않다.”

-박 캠프는 뭐가 문제인가.
“내 할아버지(街人 金炳魯)가 한국민주당을 창당했다. 창당할 때 토지개혁을 주장했는데, 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와 비슷하다. 한민당엔 지주가 많아서 많은 공격을 당했다. 그래서 당을 나오셨다. 하지만 토지개혁이 결국 되지 않았나. 시대가 원하는 거다. 내가 사라진다고 경제민주화가 안 될까. 그렇지 않다. 탐욕은 본능이다. 생존도 본능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탐욕스럽지만 생존본능과 부딪치면 누가 이기겠나. 정치지도자가 이런 걸 사전에 모른 체하면 안 된다. 그런데 진보니 보수니 하고 있으니 우리 정치가 한심하다.”

-박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재벌은 어떻게 되나.
“나는 재벌 개혁이나 해체 등의 각론을 말한 적이 없다.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재벌 해체를 간단하게 말할 수도 없다. 경제민주화는 강요해서 달성되는 게 아니다. 재벌이 스스로 바뀌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거다. 양극화 해소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지만 갑자기 해소되지 않는다. 일단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막고 축소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재계는 반대하는데.
“여·야당이 하겠다고 덤비면 하는 거다. 국회 의석수를 따져 보면 크게 반대하는 사람도 없다. 재계 반대란 늘 그런 거다. 국가가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반대를 뚫지 못한다면 리더의 자질이 없는 거다.”

-박 후보는 누구와 싸우게 될까. 안철수 교수인가.
“안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했기 때문에 다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야당 후보가 되겠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국민 지지를 못 받는다. 그러니 ‘내가 들어가면 손해 아닌가’란 계산을 하는 거고 엉거주춤한다. 궁극적으로 안 교수는 대선에 못 나올 거다. 박 후보는 민주당 후보와 싸울 텐데, 누가 야당 후보라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다행인 건 박 후보가 현직 대통령의 비호를 받지 않고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된 첫 케이스란 거다. 현 정부에 부담이 없다는 데 강점이 있다.”

-박 후보의 승리 조건은.
“4·11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은 1987년 대선과 비슷하다. 영남은 새누리당이 휩쓸고, 호남은 민주당이 휩쓸었다. 지역 성향에 따라 투표가 일어났다. 중요한 건 수도권 젊은 층의 표심이다. 이걸 보면 대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나타난다.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사람만 떼 지어 다닌다고 선거가 되는 게 아니다. 우선 이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기 힘만으론 대통령 될 수 없다고 생각하자 김종필씨와 함께 공동 정부 하겠다고 연합했다. 연합이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갈 때 효과가 난다. 똑같은 사람들끼리 모이자는 보수대연합이란 별 의미가 없다. 박 후보는 장점도 단점도 있다. 오랫동안 노출돼 확고한 지지층이 있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진열장 물건처럼 너무 오래 노출돼 먼지가 꼈다. 그건 단점이다. 깨끗이 닦아 빛을 내게 해야 한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