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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목 받치는 높이, 바닥서 경추까지 거리와 같아야

중앙일보 2012.08.24 04:44 Week& 11면 지면보기
긴 열대야로 잠 설쳤던 여름도 이제 한고비 넘겼다. 이젠 푹 자며 몸을 추스를 때다. 이때 중요한 게 잠의 질이고 ‘잘 자기’ 위한 요건 가운데 손꼽히는 게 베개다. 오는 30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국제수면박람회에서도 베개가 주요 테마로 다뤄진다. 어떤 베개가 좋은 베개일까.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고도담 선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체치수데이터센터 박세진 박사, 침구업체 베스트라이프 로프티 조형걸 차장 등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어떤게 좋은 베개일까

1 허리를 S자 형태로 받쳐주는 ‘허리베개’(까르마). 2 이브자리의 ‘보디베개’.
3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 위한 ‘S자형 보디베개’(로프티). 베개를 길게 놓고 껴안도록 만들었다. 가운데 구멍은 무릎을 올려놓는 부분이다.
4 베개 표면에 젤을 붙여 놓은 ‘스마트젤’ 베개(까르마).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보통 베개보다 온도를 2℃ 정도 낮춰 숙면을 돕는다고 한다.


절대선(善)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베개가 최고’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베개는 없다. 딱딱한 목침이 좋다는 사람도, 푹신한 거위털 베개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자기만 편하다면 모두 옳은 얘기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 주는 베개라면 어떤 소재, 어떤 모양도 상관없다. 베개의 촉감과 크기·냄새 등에 대한 취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번 익숙해진 베개에 대한 애착이 크다. 베개를 바꾸면 잠을 제대로 못 자 여행을 가면서 자기 베개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폼 베개’를 생산하고 있는 트윈세이버 까르마 박지선 마케터는 “베개의 위생 상태를 고려하면 2~3년에 한번씩 교체해 주는 것이 좋은데, 많은 고객이 익숙해진 베개를 버리기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베개의 모양이 다른 것은 각자 체형과 수면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은 머리와 어깨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주도록 베개의 목 부분만 높으면 되지만,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에게는 베개 좌우가 높아 누웠을 때 어깨를 받쳐줄 수 있는 형태가 좋다. 코를 고는 사람에게는 가운데 부분이 보통 베개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있는 베개가 적당하다. 뒷머리를 확실히 낮춰줘 기도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누웠을 때 기도가 좁아져 코를 골았던 사람에게 효과가 크다.



좋은 베개란 누워 있을 때의 자세를 서 있을 때와 똑같이 만들어 주는 베개다. 옆으로 잘 땐 머리와 어깨를
편안히 받쳐주도록 베개 좌우의 높이가 가운데 부분보다 약간 높은 게 좋다. [사진= 까르마의 ‘제네시스’


그래도 높이는 맞춰라



편안한 베개의 가장 큰 조건은 자신의 몸과 높이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개에서 목을 받치는 부분의 높이가 똑바로 누웠을 때 바닥에서 경추(머리를 지지해주는 7개의 목뼈)까지의 거리(이하 목높이)와 같아야 한다. 이 높이의 개인차는 꽤 크다. 어떤 사람은 3㎝도 채 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8㎝가 넘어선다. 자신의 목 높이를 알려면 벽에 등을 살짝 붙이고 기대 섰을 때 벽에서부터 목까지의 거리를 재면 된다. 이때 머리 뒤통수까지 벽에 닿으면 안 된다. 등만 닿게 한 채 목은 앞으로 5도 정도 살짝 숙인다. 자신의 목 높이를 알았다면, 베개에서 목이 닿을 부분을 꾹 눌러 그 높이가 나오는 베개를 고른다. 주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이라면 어깨 높이만큼의 길이를 고려해 똑바로 누웠을 경우보다 2~4㎝ 정도 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옆에서 볼 때 경추가 일직선이 된다.



베갯속 소재에 따라 높이를 맞추기가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솜이나 거위털·오리털 등은 너무 푹 꺼져 높이가 지나치게 낮아질 우려가 있다. 특히 새털 중 솜털의 비율이 높을 경우 잘 가라앉고 잘 눌린다. 깃털의 비율이 높아야 머리·경추를 제대로 지지해줄 수 있다. 반면 메밀껍질이나 왕겨 등으로 속을 채운 경우에는 내용물이 너무 많아 베개가 딱딱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베개 모양이 고정돼 있으면 수면 중 자세 변화에 따른 베개의 높이 변화가 불가능하다. 내용물을 좀 빼서 헐렁헐렁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



베개를 고르는 원칙 중 ‘두한족열(頭寒足熱·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겉커버로 통기·흡습 능력이 좋은 면과 인견 등을 사용하는 게 좋다. 물에 약한 라텍스 소재 베개를 사용할 경우 방수커버를 씌우기도 하는데, 이는 통기성 측면에서 권할 일이 아니다.



베개의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메밀이나 왕겨베개는 부스러지기 쉬우므로 1년 주기로 교체해준다. 라텍스 베개나 우레탄 소재의 메모리폼 베개는 가끔씩 바람을 쐬어줘야 하는데, 직사광선에 약하므로 그늘에서 말린다. 반면 솜이나 새털·양모 등으로 속을 채운 베개는 햇볕에 말리는 게 낫다.



엎드려 잘 때 가슴 아래에 베는 베개. 템퍼에서 만든 ‘옴브라시오 필로우’다.
머리에만 베는 건 아니다



자면서 베개가 필요한 이유는, 평평한 바닥에 누웠을 때도 몸의 굴곡을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목뿐 아니라 허리나 발목 등 바닥에 닿지 않는 몸의 다른 부분에도 베개를 깔아주는 게 편하다.



다리베개는 발과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발목 밑에 받쳐두고 자면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부종을 예방한다. 또 종아리나 허벅지 밑에 깔면 허리가 바닥에 밀착하게 돼 더 편안함을 느낀다. 다리베개에 알갱이 형태의 속 재료를 넣으면 지압·마사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요즘 보디베개로 불리는 전신베개는 죽부인과 사용법이 비슷하다. 옆으로 누웠을 때 다리를 얹거나 다리 사이에 껴서 사용한다. 옆으로 잘 때 체압이 한쪽 골반과 팔로 쏠리는 것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크다. 또 심리적 안정감을 줘 숙면을 도와준다.



다리를 받쳐주는 ‘다리베개’(까르마).
허리의 굴곡을 메워주기 위한 허리베개도 있다. 허리베개의 높이는 누르지 않았을 때 5~6㎝ 정도. 허리 밑으로 들어가면 아주 얇게 눌리면서 허리를 S자 모양으로 유지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엎드려 자는 사람들을 위해 가슴과 배를 받쳐주는 베개도 있다. 매트리스 업체 템퍼에서 나온 ‘옴브라시오 필로우’다. 불가사리 모양인 베개의 가운데 부분에 가슴을 대고 엎드리면 가슴이 눌리지 않아 호흡이 한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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