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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따고 초콜릿 만들고 … 와인 맛 ‘카베네 쇼비뇽’ 뺨치네

중앙일보 2012.08.24 04:44 Week& 6면 지면보기
이맘때 충북 영동은 온통 은빛 물결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포도밭 비닐 가림막 때문. 눈이 부실 정도다. 포도는 영동 농민들의 주소득원이다. 농민들의 소득을 합하면 한 해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지방에서는 그 흔한 논을, 영동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신나는 농촌여행’의 8월 행선지는 포도가 익어가는 고장, 국산 와인의 1번지 충북 영동이다.


신나는 농촌여행⑦ 충북 영동

충북 영동군의 8월은 포도와 함께 익어간다.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이 열심히 포도를 따고 있다. 포도밭에서 배부르게 따 먹고 장난치다보면 주어진 한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포도 체험 마을에서 따고, 먹고, 술 담그고



영동 읍내를 벗어나면 서서히 포도밭이 나타난다. “영동은 백두대간 줄기에 있는 내륙 산간 지방이어서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 포도의 당도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안내를 맡은 정기종(55) 포도계장의 영동 포도 자랑이 시작됐다. 포도계장 직책은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유일하단다. 그만큼 포도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곳이 영동이다.



15분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황산포도마을(hspodo.invil.org). 포도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우선 포도 따기 체험. 김종기(50) 황산포도마을위원장이 인근 포도밭으로 안내하고 약 5분간 체험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지금 나눠주는 가위를 잘못 사용하다가는 손가락을 다칠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돼요.” 아이들은 김 위원장을 따라 열심히 가위질을 한다. “포도는 대개 어른 눈높이 정도에 달려 있어 키 작은 아이들은 포도 줄기가 잘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가끔 자기 손가락을 베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포도를 따기 전에는 체험자들에게 포도 한 송이를 준다. “여러 가지 뜻이 있죠. 맛을 보라는 의미도, ‘이런 모양의 포도를 따야 맛있다’는 걸 알려 주는 의미도 있지요.”



체험자들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2㎏들이 박스를 하나씩 받고 금세 포도밭 속으로 사라졌다. 재주껏 박스에 가득 담으면 되는데 요즘 많이 나오는 캠벨의 경우, 5~6송이면 꽉 찬다. 가족들과 사진도 찍고, 뛰어놀기도 하고, 따 먹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다음은 마을회관에서 포도주 만들기. 김 위원장이 개인당 2㎏의 포도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 “포도 알을 따서 그릇에 담아 손으로 으깨면 됩니다.” 정말 눈 깜짝할 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어느새 포도 알을 따서 무자비하게 으깨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즙이 나오자 김 위원장이 200g정도 백설탕이 담긴 플라스틱 병을 내밀었다. “여기에 즙만 부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눠준 효소 2g을 넣어세요.” 이것으로 포도주 만들기는 끝이다. 이 플라스틱 병을 저장고에 100일가량 놓아두면 숙성돼 포도주가 된다.



영동에는 황산포도마을 외에도 포도 체험마을이 많다. 체험비는 대개 포도만 따면 6000~7000원(2㎏)정도 하고, 점심식사와 포도주 만들기까지 포함된 프로그램은 2만5000원 안팎이다.



1 영동 금강 모치마을에서는 트랙터를 개조한 트럭으로 체험자들을 포도밭으로 안내한다. 2 아이들이 포도주
를 만들기위해서 포도를 으깨고 있다. 3 샤토 미소와인 안남락 사장이 자신이 만든 레드 와인을 따르고 있다.


각양각색의 맛을 자랑하는 농가형 와이너리



“와인에서 독특한 향이 나지 않나요?”



“풀내음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다른 향이 나긴 나는데요.”



샤토 미소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도란원 안남락(52) 사장은 기자에게 레드와인을 따라준 후 와인 품평을 부탁했다. 뭔가 색다른 맛이 났다. “솔잎향입니다.”



이곳뿐 아니다. 컨츄리와인의 산머루와인스위트는 ‘달콤하면서 약간의 신맛’도 느껴졌다. 영동 블루와인에서 내민 베리와인도 ‘레드와인이지만 프레시하다’는 느낌이 혀 끝에 와 닿았다. 수입 와인과는 뭔가 차별화된 느낌이다. “영동에는 총 43곳의 농가형 와이너리가 있는데 집집마다 맛이 다 다릅니다.” 정기종 포도계장의 설명이다.



영동의 농가형 와이너리는 1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집에서 담가 마시던 포도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10년 만에 맛과 품질에서 상당히 진화했다. 특히 지난 5월 대전에서 열린 ‘2012 국제 소믈리에협회 총회’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산머루와인은 유럽의 소믈리에들로부터 “카베네 쇼비뇽에 버금가는 품종”이란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영동 와인의 맛에 반해 2010년에 영동포도 와인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와이너리를 갖고 있는 사장들은 저마다 품질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땅에서 난 포도로, 우리 입맛에 맞는, 한국형 와인의 가치를 창조하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 와이너리 사장의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신의 물방울’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 덕에 영동이 국산 와인 1번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포도 따기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면 와이너리 투어는 부모들이 좋아하는 코스다.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와이너리 투어는 대부분 공짜다. 사전에 연락만 하면 된다. 하우스 와인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발효실과 숙성실, 지하 저장고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각종 와인 시음도 가능하다. 포도 따기 체험을 같이하는 곳은 2만~3만원의 체험비를 받기도 한다. 찾아오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어 영동군은 농가형 와이너리를 100개까지 만들 계획이다.





포도 초콜릿 만들기 등 프로그램 풍성한 포도축제



본격적인 포도 수확 시기를 앞두고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영동포도축제(www.ydpodo.co.kr)다. 오는 31일 개막해 다음달 2일까지 3일간 영동군의 포도 체험마을과 와인코리아 등에서 열린다. 포도를 이용한 각종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다.



아이들이나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포도 초콜릿 만들기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데 쉽다. 우선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 틀에 붓는다. 굳기 시작하면 화이트 초콜릿이나 포도 가루 등을 넣는다. 층이 생기면서 모양새가 잡힌다. 이후에는 굳을 때까지 한 시간가량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1인당 참가비는 보통 5000원이며, 만든 제품은 가져갈 수 있다. 포도 젤리 만들기도 있다. 비용은 3000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신나는 프로그램은 포도 밟기다. 축제 때만 진행되는 행사로 사각형으로 만든 대형 세트장에 깔린 포도를 신나는 음악에 맞춰 그냥 밟는 것이다. 1인당 1000원. 와인을 이용한 족욕(1인당 1000원), 자신만의 독특한 와인 만들기(1인당 1만원) 등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이 밖에도 포도 빙수 만들기, 포도 낚시, 포도 투호, 영동포도 클라이밍, 포도 비누 만들기, 포도 물 천연염색 등 포도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여행정보=충북 영동군은 서울시청에서 약 200㎞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영동 나들목으로 나와 약 10분 정도 더 가면 영동 읍내다.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영국사에는 보물이 많다. 신라 때 창건한 고찰로 부도탑(보물 제 532호), 삼층석탑(보물 제 533호)등이 있다. 1000년 수령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223호)도 유명하다. 국가에 큰 난이 있을 때에는 소리를 내어 운다고 한다. 6·25전쟁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옥계 폭포와 물한 계곡,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송호국민관광지, 민주지산 등도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먹거리는 어죽과 올갱이국이다. 어죽은 금강변의 맑은 물에서 자라는 민물고기를 푹 고은 후 파·마늘·수제비·칼국수 등을 넣어 끓인 죽이
노근리 쌍굴다리에 남아 있는 총탄 흔적들. 6·25전쟁 때 미군의 폭격 등으로 양민 수백명이 학살된 곳이다.
다.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으로 소화도 잘된다. 양산면의 가선식당(043-743-8665), 선희식당(043-745-9450) 등이 유명하며 1인분에 6000원이다. 올갱이국은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해 해장으로 인기다. 일미식당(043-743-1811), 동해식당(043-742-4024) 각각 6000원.



 체험마을 등에서 묵으면 싸다. 금강모치마을(www.mochi.go2vil.org)에서는 4인 가족이 묵을 수 있는 농가 한 채가 5만원 한다. 노근리 평화공원 교육관(043-744-1941)에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2인실 2만원, 5인실 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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