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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서한 ‘이 대통령 다케시마 상륙’ 세 번이나 거론

중앙일보 2012.08.24 02:15 종합 2면 지면보기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독도 서한’을 둘러싸고 갈등 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서한을 돌려주러 간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홍 정무과장(오른쪽)이 일본 외무성 정문에서 경비원에게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열기도 전에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편지 요지를 공개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습니다.”

접수서 반송까지 막전막후



 오클랜드 시간으로 17일 밤. 뉴질랜드를 순방 중이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숙소에서 서울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본의 무례함이 곳곳에서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보다 몇 시간 전인 오후 6시, 도쿄의 일본 외무성 청사. “잠시 좀 들어오라”는 통보를 받고 찾아간 이경수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불쑥 봉투를 내밀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노다 총리의 서한이었다.



 30여 분간의 면담이 끝나기도 전에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편지 요지를 띄웠다. 일본 측이 사전 공개한 서한 내용은 이랬다.



 “일본은 17일 노다 총리가 한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최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 상륙 및 일·한 관계 관련 각종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조만간 한국 정부에 다케시마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냉정·공정·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뜻도 전했다. 일·한 관계의 미래를 위해 한국 측에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원래 정상 간의 편지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이뿐만 아니라 편지엔 또 다른 형식상의 결함이 있었다. 정상들끼리 주고받는 서한 내용을 실무자들이 본부에 보고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 첨부 복사본도 없이 편지가 철저히 밀봉돼 있었던 것이다.



 본부의 지침에 따라 봉투를 열어 본 우리 외교관들은 깜짝 놀랐다. 일본어 2장, 비공식 한국어 번역본 1장으로 된 편지엔 “이 대통령이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를 상륙했다”는 표현이 세 번이나 나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국민들이 편지 전문을 봤다면 엄청난 공분을 살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즉시 외교부에 보고됐다. 외교부는 서한 원본을 계속 대사관에서 갖고 있도록 지시했다.



 18일 저녁 귀국한 김 장관은 곧 외교부 청사로 향했다. 22일까지 외교부는 처리 방침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거듭했다. 국제법은 물론 과거의 외교문서를 두루 뒤졌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등 전직 외교관과 학자 등 20여 명의 의견도 구했다. 대부분은 “일본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송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또 대사 발령이 난 상태로 부임 대기 중이던 김재신(전 아태국장, 차관보) 주독일대사, 이혁(전 아태국장, 기획조정실장) 주필리핀 대사에게도 잠시 출국을 늦추고 아이디어를 짜내도록 주문했다.



 이런 곡절을 거쳐 김 장관은 22일 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협의해 반송 방침을 확정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영토 수호가 한·일 관계보다 우선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반송 주체는 청와대도 외교부도 아닌 주일 한국대사관”이라며 “노다 총리의 편지는 줄곧 도쿄의 대사관에 있었을 뿐 현해탄을 건너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일 한국대사관은 23일 편지를 반송하면서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반송한다”는 취지를 함께 전하기로 했지만 일본 측이 접수를 거부해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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