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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장성택 중국 방문 뒷이야기

중앙일보 2012.08.24 00:41 종합 32면 지면보기


강영진
논설위원


지난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화제였다. 어떤 신문은 중국이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숙소를 내준 사실과 류훙차이(劉洪才) 주북한 중국대사가 장성택을 수행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국가원수급으로 대우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지금 북한에선 장성택이 김정은을 능가할 정도의 파워를 가진 최고 실세라고 과장하기도 했다.



 장성택이 북한의 실세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이 그를 국가원수급으로 대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선 주북한 중국대사는 마침 휴가차 중국에 나와 있던 시점이었다. 국가원수의 방문이 아닌데도 휴가를 중단하고 수행한 것이 ‘특별대우’임은 어느 정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재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자국을 방문하는데 마침 귀국해 있던 주재국 대사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댜오위타이에 숙소를 정했다는 점도 국가원수급 대우의 특징은 아니다. 댜오위타이는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국빈관이다. 그러나 국가원수급이 아닌 일반 외빈도 쉽게 묵을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이 여러 채 있어 손님의 수준에 맞춰 묵을 건물을 정한다. 일례로 SBS방송은 2007년 ‘결정 맛대맛’이라는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촬영해 방영한 적도 있다. 결국 중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장성택을 대우했다고 봐야 한다.



 이색적인 것은 장성택의 동정을 알리는 양국 언론의 보도 태도였다. 북한은 주요 인사가 외국을 방문할 때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 일행의 출발 사실부터 모든 일정을 거의 매일 상세하게 알렸다. 이에 비해 중국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황금평과 나선(나진·선봉) 특구 개발문제를 두고 양국의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선 투자에는 적극적이면서 황금평 개발엔 미온적인 중국과 황금평 개발을 서두르길 바라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는 있지만 전적으로 옳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이 매년 벌이는 ‘원조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원조를 요청하는 품목과 수량을 제시하면 중국이 깎고 자르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진다고 한다. 또 중국 쪽에서 북한에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때 양측 실무자들은 며칠 밤을 새워가며 상대를 설득하느라 애쓴다는 것이다. 특히 최대한 받아내야 하는 북한 쪽 입장이 절박했음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황금평과 나선 특구 문제는 공개된 사안일 뿐 양측의 신경전은 정작 ‘원조협상’을 둘러싸고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하고 북한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원조협상’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장성택의 이번 방중에서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장성택의 수행 인물에 이수용이란 또 한 명의 실세가 포함된 것이다. 서기실 부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수용은 김정은에게 대부(代父)와 같은 인물이다. 이철이라는 이름으로 18년 동안 스위스 대사로 재직하면서 김정은 형제의 스위스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했기 때문이다.



 서기실은 김정은 노동당 제1서기를 보좌하는 비서실 같은 곳으로 부부장이 수십 명 있다. 70대 중반의 이수용은 가장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 사람이 자신보다 연하인 장성택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한 것은 특별한 임무를 맡았음을 추정케 한다. 예컨대 김정은의 중국 방문 문제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중국은 이미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다. 따라서 이수용이 김정은의 방중을 타진했다면 그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두 달 안에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18차 대표대회 이전에 김정은이 방중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차기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이 공식 선출되기 이전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야 시진핑이 관례대로 서울보다 평양을 먼저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포석이 깔린 대목이다. 김정일이 살아 있다면 그런 점을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겠지만 젊은 새 지도자 김정은이라면 중국의 ‘변심(變心)’을 걱정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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