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수교 20년, 중국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2012.08.24 00:37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종욱
동아대 석좌 교수
J차이나포럼 회장




24일은 한·중 수교 20년이다. 실로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러나 내실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교류와 협력이 경제 기능주의적 논리에 바탕을 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가 낙후됐다.



 양국 관계는 상당 부분 북·중 관계와 한·미 관계에 의해 굴절됐다. 중국 정부는 MB 정부의 대미 밀착에 내심 불만을 갖고 이를 경계해 왔다. 그런가 하면 정부 차원의 외교에 치중한 결과 민간 차원의 공공 외교 부재를 낳았다. 모두 반성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중국은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 방지와 통일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반대로 최대의 통일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곧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에서 상호 보완적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윈-윈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중국 견제 또는 포위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는 ‘전략적 몰입(strategic entanglements)’을 자제해야 한다. 중국에의 지나친 의존 역시 한·중 양자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뿐이다.



 중국에 향후 10년은 가장 험난한 도전의 시기이자 강대국 진입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시대의 등장을 기정사실로 수용하고, 새로운 지역 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양자 차원의 교류 협력을 넘어 새로운 다자적 지역 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3대 권력 세습을 마친 북한은 중국과의 후견인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체제 부담이 적은 저비용 고효율 개혁 개방 정책을 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새로운 한·중 관계에 접목시키는 것 역시 양국이 당면한 외교적 과제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중국 정책 연구, 기획 및 조정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안보전략실을 설치하고 대중정책의 조정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중국 관련 연구 기능을 통합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정부 간 협력 대화 채널의 강화다. 외교부 차관 수준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략대화를 장관급 또는 준 장관급으로 격상할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의 외교안보수석 또는 안보전략실장과 중국 국가주석실의 외사판공실 주임 간의 대화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차관보 급과 국장 급인 한·중·일 3국 사무국의 사무총장(한국)과 차장(중국과 일본)의 직급을 장관과 차관으로 격상하고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정 최고위 인사(정치국 상무위원회 또는 정치국원)와 한국 정당 또는 민간 차원의 비공식 소통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공공외교의 활성화다. 정부 대 정부가 아닌 민간과 민간 차원의 외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공보원 차원의 대언론 홍보 활동보다 중국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열린 문화외교가 절실하다. 문화원에서 한국 문화를 중국인에게 알리는 거점형 문화외교가 아니라 고객을 찾아나가는 접근형의 외교 활동도 필요하다.



 넷째 중국 관련 전문가 양성과 유학생 관리가 시급하다. 매년 중국 전문가 1000명을 중국의 각 지역, 분야별로 파견해 양성하자. 이를 위한 국가의 재정부담은 연 200억원 수준이면 된다. 아울러 한국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이 귀국해 친한(親韓)인사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정책적 배려를 강구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미증유의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다. 통일을 대비한 양국 관계의 대(大)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종욱 동아대 석좌 교수 J차이나포럼 회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