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 갈등’ 기업으로 불똥
한국도요타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전을 기원하는 플랜카드를 내걸었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거둬들였다. 또 다음 달 신차 출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했던 한국닛산은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식음료 업체들은 현지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고추장과 홍초를 일본에 수출하는 대상은 당분간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활동을 보류하기로 했다. 익명을 부탁한 대상 관계자는 “일본 내 바이어들과 매일 연락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해 매우 예민해져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은 일단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신라면 신제품 ‘레드 앤 블랙’을 출시할 예정인 농심은 이달 말 대규모 아이돌 그룹 이벤트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도쿄에서 예정대로 공연과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매일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올 4월 건강기능성 식초음료 ‘흑초’를 일본 시장에 내놓은 샘표는 40~50대 일본 남성들의 반한 감정이 주요 타깃 층인 20~30대 여성들에까지 확산될지 해외마케팅팀이 바짝 긴장하며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 2PM을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 일본 시장에 진출한 CJ오쇼핑 역시 한·일 갈등이 장기적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침을 현지에 전달한 상태다. CJ오쇼핑은 TV방영 프로그램 사이에 판매광고를 내보내는 형태로 다음 달 한국 상품 2~3개를 포함, 새로운 상품 10여 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아직은 계획을 바꾸지 않았지만 독도 사태가 번지는 추이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불매운동 같은 움직임은 없지만 영업사원이나 인터넷, SNS를 통해 현지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KOTRA 선진시장팀의 최현필 팀장은 “한국산 불매운동이나 수출 기업의 대규모 피해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본 소재 4개 무역관에서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온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면세점과 호텔·백화점 업계도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일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개별 방문객에게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것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도 JCB카드로 물건을 사는 일본 고객에게 할인쿠폰과 상품권을 더 많이 주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