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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라인에 중·일 전문가 ‘가뭄’

중앙일보 2012.08.23 00:31 종합 10면 지면보기
우리 정부의 핵심 외교라인에 일본통·중국통이 태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요직이 온통 구미통(歐美通)으로 채워져 최근 일본·중국과의 외교 경색을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급 이상 13명 중 2명뿐
돌발사태 대응력 구멍

 대통령실과 외교통상부의 차관보(1급, 실장급) 이상 13명의 경력을 보면 일본통과 중국통은 올해 초 외교부 고위급 인사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대신 미국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 장호진 대통령 외교비서관은 북미국장을 지낸 미국통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를 지낸 김성한 외교부 2차관도 미국 전문가다. 김규현 차관보는 북미1과·주미공사 등 대부분을 미국 관련 업무에 종사해 온 전형적인 미국통이다.





 유엔을 비롯한 다자전문가도 많다.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은 유엔을 거친 북핵 전문가다. 유엔 차석대사를 지낸 김봉현 다자외교조정관, 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한 문하영 재외동포영사대사도 그런 경우다. 김상일 대통령 의전비서관, 조대식 기획조정실장, 배재현 의전장은 문화외교국장을 역임했다.



 이에 비해 주일 대사관 공사참사관과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태영 대변인이 현재의 고위급 외교라인에선 거의 유일한 일본 전문가로 꼽힌다. 주미대사관과 주중공사를 거쳐 ‘G2형 고위 외교관’으로 불리는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 업무만 총괄하고 있다. 성신여대 김흥규(중국정치) 교수는 “고위 의사결정 그룹이 특정 라인업에 치우치면 균형 잡힌 외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 1월까지는 박석환 외교부 1차관(주중 공사참사, 주일공사, 주영대사)을 비롯해 김재신 차관보(아태국장, 주독대사), 이혁 기획조정실장(아태국장, 주일공사, 주필리핀대사) 등 일본이나 중국을 경험한 외교관이 적잖게 포진해 있었다. 그 뒤 인사 이동에 따라 후임으로 온 안호영 제1차관은 주요 20개국(G20) 대사를, 김규현 차관보는 주미공사를 거쳤다. 또 조대식 신임 기획조정실장은 문화외교국장 출신이다.



 한편 외교가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대외적으로 민감한 행보를 하면서 외교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14일 일왕에 대한 비판적 발언엔 외교라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측 반응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비(非)외교라인의 판단이 앞선 탓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외교관들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지녔던 이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을 문제로 꼽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외교관들에 대해 ‘좋은 레스토랑 골라 다니며 쇼핑하고 골프나 즐기는 부류’로 인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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