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브라질에서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무척 드물다. 브라질에서 건축 허가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69일이다. 특허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8년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10~12개월, 미국은 3.5년이다. 이 같은 브라질의 관료주의는 기업의 제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부패와 연결되기도 한다.
올림픽 이후 최근 브라질 언론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멘살렁’(Mensalao)이다. ‘매달’을 뜻하는 ‘멘살’(Mensal)과 ‘크다’는 ‘렁’(lao)이 결합된 용어로, 룰라 대통령 시절 거액의 예산이 전용돼 연립정권의 야당의원들에게 매달 지급됐다는 룰라 정부 최대의 스캔들이다.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2005년 드러난 사건이 7년 만에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놀랍기만 한다.
최근 불거진 쇼핑몰 불법 인허가도 부패의 또 다른 사례다. 치안이 불안한 상파울루 시민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쇼핑몰에서 쇼핑과 식사, 영화관람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쇼핑몰은 브라질 경제와 더불어 놀랄 만한 성장을 보여준 영역이다.
그런데 상파울루의 47개 쇼핑몰 중에서 무려 26군데가 인허가 상의 각종 문제로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하고, 심지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시내 중심가의 유명 쇼핑몰이 뇌물을 주고 있지도 않은 주차장이 있다고 가짜 서류를 꾸며 제출해 관련 공무원의 인가를 불법적으로 받아낸 것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취임 후 부패와 관련된 장관 7명의 사표를 받는 등 부패를 추방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는 74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또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하반기 브라질 경제는 저점을 지나 점진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
다만 연간으로는 브라질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약 1.8%의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4%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면서 점진적이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