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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논술이 너무해] 교수 전공 분야, 최근 읽은 책서 지문 선택도

중앙일보 2012.08.21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13일 오후 10시 서울 대치동의 논술학원가에서 학생들이 귀가를 위해 버스에 타고 있다. 학생들은 “논술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대입 논술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교 교육과정에 익숙지 않은 교수들이 짧은 시간에 출제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논술 문제는 시험을 몇 주 앞두고 출제에 들어간다. 대개 교수 30~40명으로 구성된 출제위원단 중 10명 정도를 무작위로 뽑아 그해 출제를 맡긴다. 교사나 외부 인사는 참여하지 않는다.

출제·채점 어떻게 하나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합숙을 하기 때문에 출제위원이 되는 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보안 유지를 위해 교사 등 외부 인사를 배제하는 것”이라며 “경쟁률이 높아 교수들이 채점하기 편하게 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몇몇 교수는 자신이 전공한 분야나 최근에 읽은 책을 지문으로 선택한다. 서울 소재 사립대 입학처장은 “고교 과정에서 내라고 당부하지만 교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시간도 촉박하다. 2009년 인문계 논술 출제에 참여한 A교수는 “합숙 기간 동안 실제 순수하게 출제에만 들인 시간은 나흘 정도”라며 “제시문을 고르는 데 급급해 고교 교과 과정을 모두 살펴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선 검토 과정에서 고교 교사 1~2명이 참여한다.



 채점은 대개 시험 다음 날부터 3일~2주 정도 진행된다. 채점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채점 기준 설명은 대부분 한두 시간 안에 끝난다. 지난해 채점에 참가했던 모 대학 교수는 “해설·모범답안·주의사항을 전달하고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는 수준이었다”며 “교수 한 명이 수백 장의 답안지를 봐야 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채점 위원을 맡았던 사립대 교수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 한두 문단만 읽거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선으로 훑어보며 흐름을 본다”고 말했다. 최대 100명이 넘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참여하다 보니 사실상 일관된 채점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논술 전형 경쟁률은 150대1을 넘기도 한다. 학교에 따라 3만 명 이상이 응시하는 논술전형의 답안을 단기간에 채점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학원가에선 “일부 대학은 수능 점수가 발표된 뒤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의 답안지는 제외하고 채점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들은 “원칙에 따라 모든 답안을 공정하게 채점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기획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박소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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