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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카이라이 사형유예 … 후진타오, 보시라이 면죄부 주나

중앙일보 2012.08.21 02:11 종합 2면 지면보기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살해 혐의로 20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인민법원에서 사형 유예를 선고받은 구카이라이가 판결문을 보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화면]


보시라이
“호루스(Horus·고대 이집트의 태양신)는 악한일까, 희생양일까.”



 20일 중국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중급인민법원에서 사형유예가 선고된 구카이라이(谷開來·52) 얘기다. 호루스가 바로 구카이라이의 영문 이름이다. 그는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부인이다. 그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사망 당시 41세)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구카이라이는 지난 9일 공판 때와 같은 복장으로 법정에 나왔다. 한때 인터넷상에서 보시라이의 누나가 그를 가짜라고 말했다는 얘기가 확산되기는 했으나 이날도 9일 출석한 인물 그대로였다.



 법원은 이날 그에게 극형을 선고해 악한이라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로이터통신은 그를 숱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권력의 화신인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주인공에 빗대 ‘레이디(lady) 맥베스’라고 했다. 판결은 표면적으로 국영 신화통신이 전하는 대로 ‘법률의 존엄을 짓밟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한 듯하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우선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대목이다. 이는 앞으로 그가 무기 또는 유기징역으로 감형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 두이화재단은 “사형 집행을 2년 유예받은 이들은 대부분 2년 뒤 종신형으로 감형되고, 이후 누구나 7년이 지나면 치료 목적으로 가석방될 자격을 얻는다”며 “구카이라이 역시 9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카이라이가 저지른 범죄 내용이 악랄하지만 닐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위협적 언사를 해 모순이 격화된 점, 피고인에게 정신 질병이 있어 통제 능력이 약했다는 점, 다른 이들이 연루된 위법 사건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 죄를 뉘우치고 반성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사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보시라이를 구제하기 위해 구카이라이를 희생양으로 삼은 정치적 판결’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구카이라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으로 국한됐다. 부정부패, 권력남용, 남편 보시라이의 비호 여부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주 끝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보시라이에 대한 기소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보시라이는 형사처벌 대신 출당 같은 당내 처분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날 판결 후 구카이라이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의미다.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총영사관 도주 사건으로 촉발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최대 정치 사건’은 ‘세기의 재판’을 거쳐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도 구카이라이 등에 대해 사형이 적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중국 당국에 지속적으로 전했다며 판결을 수용했다. 하지만 보시라이의 사건 전후 행적 등 전모가 밝혀지지 않아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한편 이날 법원은 또 구카이라이와 함께 살인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 전 서기 집안의 집사 장샤오쥔(張曉軍)에 대해서는 징역 9년, 당기율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궈웨이궈(郭維國) 전 충칭 공안 부국장 등 4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11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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