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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고양이 기생충, 자살 위험 7배로 높인다

중앙일보 2012.08.21 00:43 종합 32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고양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범인은 톡소포자충(톡소플라스마 곤디)이라는 원생동물. 인체에 침입하면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킨 뒤 뇌에 자리 잡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이나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근래 늘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과 메릴랜드 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이 ‘임상 정신의학 저널’ 8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번 연구는 자살위험 평가 척도를 이용해 조사한 최초의 사례다. 평가 결과 이 기생충 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거의 5배 높은 수치다. 지난달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이 ‘일반정신병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감염 여성의 자살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의 1.5배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 주립대학팀은 “뇌의 염증은 병원균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이것이 신경전달물질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이나 경우에 따라 자살 생각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생충은 정신분열병과도 관련이 있다. 2006년 미국 스탠리 의학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톡소포자충에 대한 항체 수준이 높은 임신부가 낳은 아이는 정신분열증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양 중인 인체 세포에 감염시킨 뒤 할로페리돌 같은 정신분열증 약을 투여하면 이 원충의 성장이 중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이것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저널에 발표했다. 여기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원인은 감염된 뇌세포에서 도파민의 생산과 분비가 여러 배 증가한 탓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및 쾌락 중추를 제어하며 공포 같은 감정 반응을 조절한다.



 문제는 세계 인구의 30% 이상, 미국인의 5~10%, 한국인의 25%가량이 여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고양이과 동물의 내장에서 번식하는 이 기생충의 알은 배설물을 통해 빠져 나온 뒤 다른 포유동물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주된 감염경로는 여기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덜 익힌 고기를 먹는 것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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