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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수의 싱가포르뷰 <끝> 저금리 저수익 시대 … 다시 주목받는 헤지펀드

중앙일보 2012.08.21 00:41 경제 8면 지면보기
‘리먼 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글로벌 헤지펀드는 평균 23% 손실이 났다. 당시 37% 떨어졌던 미국 S&P500지수나 반 토막 났던 많은 국가의 주식시장에 비하면 나아 보였지만 이는 업계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08년 이전 10년간 글로벌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간 13~15%였고, 업계 전체로 보면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글로벌 헤지펀드는 다시 평균 -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헤지펀드 전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 롱숏 펀드는 평균 19% 손실을 봤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손실을 내지는 않았지만 평균 수익률이 1.8%에 그친다.



 수익률 감소 경향은 헤지펀드 업계,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이다. 헤지펀드가 다른 전략보다 나은 위험 대비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리스크(위험)-리턴(수익) 곡선’이 일직선이 아니라 오목하다는 가정이 성립했기 때문이다. 곧, 위험과 수익은 정비례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구간에서 공격적으로(레버리지를 일으켜, 돈을 빌려) 투자를 늘린다면 단순히 고위험 구간에서 수익을 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에 동일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본 가정이 흔들렸다. 무엇보다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헤지펀드에 돈을 공급했던 투자은행의 자체 조달 금리가 비싸졌다. 이들 투자은행의 내부 리스크 관리 강화로 헤지펀드에 돈 빌려주기도 어렵게 됐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의 위험 대비 수익률 자체도 하락했다.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같은 수익을 올리려 해도 과거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2008년 큰 폭으로 줄었던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액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시장 전체로 2006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일부 전략의 경우엔 그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 변동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매크로 전략이나 통계적인 기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추세 추종 매매(CTA) 전략 등은 2008년 이후 4년간 글로벌 설정액이 각각 100%, 60% 급증했다. 금융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도 헤지펀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저금리 저수익 시대에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여전히 다른 투자 전략보다 우월하다. 새로운 금융환경 속에서 발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헤지펀드의 역량은 지난 수십 년간 헤지펀드가 가장 유효한 투자기법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국에서 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저금리 시대에 헤지펀드는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뛰어난 매니저들은 빠른 속도로 한국의 투자 환경에 맞는 헤지펀드 운용 전략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다만 헤지펀드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이해하고 무리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헤지펀드의 역사를 돌아보면 헤지펀드 수익률의 가장 큰 덕목은 꾸준함이다. 투자자가 헤지펀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면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은 더욱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홍수 KIARA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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