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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도 도발은 국제법 위반

중앙일보 2012.08.21 00:36 종합 33면 지면보기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17일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제소하도록 제안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 정부의 거부는 국제법상 당연하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하는 것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당시에 정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교환공문’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일본의 제소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한·일 기본조약 파기’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니 혹자들은 일본이 ‘교환공문’보다 먼저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하자고 우리에게 제안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65년 정해진 ‘교환공문’은 다음과 같다. ‘양국 정부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국 간의 분쟁이면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제3국에 의한 조정에 의해 그 해결을 도모한다’. 이에 따르면 한·일 간의 분쟁 처리는 ‘제3국에 의한 조정’이 원칙이다. ICJ 방식은 제외돼 있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이 ICJ행을 제안한 것은 ‘교환공문’ 속에 있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교환공문에 의한 방식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ICJ에 의한 해결 방식을 새로운 관례로 만들려고 하는 셈이다. 일본은 한국이 이런 제안을 거부할 것이란 점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제안이 거부될 경우 일본은 ‘교환공문’ 방식을 활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조정’ 절차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 일본 측 논리의 한계가 있다. 교환공문 방식에 의한 조정으로 들어가려면 우선 한국이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절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ICJ 방식이나 교환공문 방식을 모두 한국이 거부할 것임을 알면서 오로지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영토문제를 ICJ로 제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소하기 전에 상대 국가의 동의를 얻는 방식, 또 하나는 상대 국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소하는 방식이다. 일본이 교환공문 방식의 해결도 한국이 거부할 경우 일방적으로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한다고 현재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는 교환공문 방식이나 ICJ 방식을 모두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환공문 방식이 거부된 다음에 일본이 단독으로 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일본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홍보효과다. 한국이 거부한다고 해도 일본은 제소를 강행함으로써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알리려는 계산이 있는 모양이다. 만의 하나 일본이 미국 등을 설득해 공동으로 ‘독도 문제를 ICJ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일본이 독도 문제를 점점 분쟁지역화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원래 ICJ에 제소하는 방식은 65년 한·일 양국이 합의한 분쟁해결 방식에 없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국제 외교전에서 일본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이제 전략의 전환이 중요한 시기로 접어든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다루면 다룰수록 일본 측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 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세계에 드러남을 내심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측은 물리적 충돌로 인해 독도 문제가 자동적으로 ICJ로 가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돌발사태를 충분히 고려해 미연에 방지한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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